일지

공방 공사 23일차: 자걸이 제작

Yeonwoo8310 2025. 3. 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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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에서 본 뒤로 이 길다란 자들을 거는 이걸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귀금속 세공에는 이런 큰 자들이 거의 필요가 없지만
따로 집에 둘 곳도 없고, 길어서 어디에 두든 골치였거든요.
벽에 기대어놔도, 책상 위에 눕혀 놔도 거치적 거리는...
산 적도 없는데 사이즈별로 이렇게 쇠자가 모여버리니까 버리기도 아깝고요.

예전에 가죽세공 배울 때 산 소가죽이 아직 반 마리분이 남아 있어서
가죽 재단할 때 쓰려고 걸이대를 만들었습니다.
남는 합판에 검은 마스킹 테이프를 두르고 드릴로 못을 슉슉.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천장등을 끄고 램프를 켭니다.
실제 등유 램프를 살까 하다가...제 폐의 비루함을 깨닫고 현대 기술을 취하고 근대의 분위기만 즐기기로 했습니다.
도자기 시계는 어느 순간부터 집안에 굴러다니던 물건입니다.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 굴러다녔던, 더 깊은 역사를 지닌 자명종을 쓰려고 했는데...그게 거의 1년째 시계수리점에서 부품을 기다리고 있네요.
언젠가 자명종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날 하루 공방에서 한 일을 정리하고 엊그제 발견한 장신구 관련 논문을 종이로 출력해 가져와 읽습니다.
 
올해 저널 표지에도 제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좋아하는 문장들을 담았습니다.
요 몇 년 간은 웹소설만 줄창 읽고, 그나마 읽은 종이책들은 다 세공과 관련된 실용 서적들이라서 내 취향인 문장 목록이 갱신이 되질 않았습니다.

이 조용한 시간.
바닥부터 천장까지 내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는,
내 취향으로 맞춘 공간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
조용한 불빛 앞에서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런 삶을 원했습니다.
 
이제 거의 완성되어 갑니다,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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