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관람기 4편입니다.
이전편은 아래로 가시면 됩니다.
1편 https://opalgirin.tistory.com/399
2편 https://opalgirin.tistory.com/400
3편 https://opalgirin.tistory.com/401
4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합니다.
화문...꽃무늬로군요.

핵심은 꽃무늬라고 하지만 제 눈에는 저 테두리의 빙열무늬가 더 시선이 갑니다.
우리나라 궁궐벽에도 저 깨진얼음무늬가 새겨진 곳이 있거든요.
은반지에 조각하면 시원하고 멋질 것 같습니다.

"양이"가 뭔가 했는데...

귀가 양쪽에 두 개 있습니다. /웃음
뭔가 끈을 달아서 허리에 차거나 매달아놓기 좋을 것 같습니다.

"보상"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보기에는 연꽃과 당초문 문양처럼 보입니다.
상당히 섬세한데, 브로치나 팔찌로 만들면 예쁠 것 같습니다.


얘가...용...인지 물고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아기용?
도마뱀인가? 양서류?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테두리에도 비슷한 용 두 마리가 서로 꼬리를 좇고 있네요?
아니, 게다가 이제 보니 아래 다리가 벌집 투각이네요?
오, 벌집 투각 팔찌...괜찮을 듯?

오, 봉황이라길래 찍었습니다.

눈매가...너무 그윽해...
게다가 수염도 달렸고...부리는 매우 작고 뾰족합니다.

뒤쪽으로 돌아 다른 면을 찍어봤습니다.
꼬리장식깃이 아주 화려하고 깁니다.

명암을 준 신비로운 기운이 봉황 주변에 구름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양각이라길래 찍어봤습니다.
음...괜찮은 것 같습니다. 반지로 해도 좋을 듯?

단지 바탕면과 색이 달라야 하는데...
보통은 은반지를 유화 처리해서 표면 검게 만든 다음에 겉을 살짝 갈아내서 튀어나온 부분만 하얗게 빛나게 합니다.
그럼 흑백 대비가 두드러지죠.
보통 앤틱 분위기를 낸다고 많이 하는 방법인데 너무 흔해서 저는 그닥...
반지로 만든다면 역시 금은으로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하지만 은반지에 금색 양각은 좀 별로인데...금반지에 은색 양각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장생, "오래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것들"이군요.
왜 "것들"이냐면... 십장생으로 꼽는 건, 해, 달, 구름, 산(바위), 물, 사슴, 소나무, 불로초, 학, 거북입니다.
사실상 '생물'은 소나무, 불로초, 학, 거북, 사슴이고 나머지는...항성이랑 위성, 기후 현상과 지질, 지리입니다.
그리고 전 어릴 때부터 궁금했는데...'구름'은 너무 쉽게 사라지고 생기지 않나요?
바람에 따라 흘러가고 찢어지는 게 너무나 잘 보이는데...
하늘에 뜬 구름 한 점의 수명이 아닌건가?
게다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왕왕 있잖습니까?
구름이 정말 "오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구름"이라는 기후 현상 자체를 지칭하는 거라면...근데 그것도 들쭉날쭉한데...
달은 규칙성이라도 있지...

학과 사슴, 바위와 불로초, 구름이 보입니다.
사슴 눈매가 너무...'승기야 지금 맻 시고...' 라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귀는 왜 토끼귀죠...
사슴뿔은 정수리, 귀보다 살짝 앞쪽에 존재할텐데 뿔이 뒤통수에 달려 있고...
뿔이 뒤통수에 달린 건 기린뿐입니다. /단호

이건 병풍인데, 나비가 잔뜩 그려진 멋진 병풍입니다.
나비 날개의 무늬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보면 무슨 나비인지 얼추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앙의 나팔꽃도 너무나 멋있습니다.
마치 스타사파이어와 스타루비 같아요.
진짜로 스타 사파이어와 스타루비로 나팔꽃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보고 싶다...

나비가 종류도 다양하고 무늬가 정말 세밀합니다.
거의 도감급이에요.

이것도 정말로 멋진 유물이었습니다.

금가루 잉크로 그린 것인데...
정말로...섬세하고 정교하고..아름다웠습니다.
여기 있는 무늬들을 부분만 떼어다가 반지에 조각해보고 싶습니다.

이걸로 내부의 유물들을 다 둘러봤습니다.
기념품 코너가 조그맣게 있기는 했는데...음...애초에 저는 기념품 같은 거 잘 안 삽니다.
하지만 도록은 좋아보이는 게 많았습니다.
건물을 나와서 한산하고 인기척 없는 분위기를 즐기며...저는 깨달았습니다.
...사실 장신구 유물을 보러 온 거였거든요...
장신구는?
도자기류만 잔뜩 봤습니다.
장신구 유물은 분관에 있는 걸까요?
조만간 호림아트센터에도 가봐야겠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여러 유물이 정원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도요. /웃음

삼색 고양이 오랜만에 보네요.
하얀 앞가슴과 흰양말이 없었다면 얼굴이 반반이었을텐데 말이죠.
고양이의 털색에서 흰색이 아예 없이 노란색과 검정만 있는 걸 카오스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 타입은 줄무늬 같은 걸 거의 형성하지 않는데다가,
얼굴의 털색이 좌우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희귀한 거죠.

그리고!!
세상에, 주차장 화단에 있는 석물들 중에서!!
기린상을 발견했습니다!!

문득 시선이 가서 봤는데...
기린입니다.
네.
기린이에요. /단호

일단 얼굴이 용 모양입니다.
코도 돼지코구요.
몸을 휘감고 있는 덩굴 같은 건 신묘한 기운을 형상화한 장식입니다.

뒤통수에 동글동글하게 말려있는 저게 뿔입니다.
기린은 뿔이 뒤로 나서 들이받는 성질 따위가 없고,
끝이 뭉툭하고 부드러워서 남을 다치게 하지 않는 자비가 있습니다.

발굽도 소나 돼지처럼 갈라지지 않고, 말처럼 하나뿐인 모양입니다.
기린의 발굽은 좁고 작아서 넓은 면적을 짓밟아 다른 생물을 밟아죽이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몸에는 용 같은 비늘이 나있어 함부로 해칠 수 없는 위엄과 방어력을 가집니다.

턱에 수염은 옵션인 것 같네요.
없는 버전도 있거든요.
게다가 이빨이 상당히...건치가 드러난 버전입니다.

수염 아랫부분이 어떻게 조각되었나 궁금해서 핸드폰을 기울여 찍어봤는데, 평평하네요.

그리고 꼬리 부분은...

음. 꼬리는 넙대대합니다.
이건 좀 의문이네요.
제가 봤던 기린에 대한 고문헌 발췌 내용들에서는 소의 꼬리로 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어차피 환상의 동물이니 제작자 마음이겠습니다만...

음. 확실히 납작하고 넓게 펼쳐지는 꼬리입니다.
바위라서 긴 꼬리를 묘사하기 힘들었던 걸까요?
하지만 그러면 꼬리를 감아서 옆구리에 붙여도 되었을 텐데.

이 석물을 조각한 석공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기린의 허벅지-엉덩이.
비늘도 그렇고, 사슴 같은 뒷다리 모양도 제대로입니다.

기린상은 한 쌍으로, 두 개가 서로 나란히 수풀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다시 뿔 부분을 확인해봅니다.
음, 고문헌에 기린의 뿔 끝은 살점으로 감싸여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아무리봐도 기린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뿔 정면 샷.
음, 기린이 맞아. /끄덕
해태는 이런 게 없죠.

정수리샷.
기린 문양은 접시나, 그림이나, 자수 흉배나, 동상까지는 봤습니다만
석상으로 된 건 저는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정말 럭키~입니다.
호림 박물관, 오길 잘했네요.

기린 석상 사진을 각도를 돌려가며 실컷 찍고 나서, 주차장 길을 거쳐 나갑니다.
양 옆으로 이끼가 깔린 땅, 전시된 석물들, 머리 위의 나무들까지 정말로 완벽한 산책길이었습니다.
너무 짧아서 아쉬울정도로요.
이끼가 왜 중요하냐면, 조경 공사한다고 허구헌날 흙을 뒤집으면 이끼가 절대 자랄 수가 없거든요.
이끼는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조용히...오랫동안 땅을 그대로 놓아두어야만 볼 수 있습니다.
고요한 시간의 증명인 셈이죠.
저는 이끼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일부러 기르기가 어려운 녹색입니다.
(식물 아님)

이렇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박으로 호림 박물관 관람이 끝났습니다.
아이디어도 잔뜩 얻었고 기린 석상에 호젓한 길까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는 분관인 호림아트센터를 가봐야겠네요.
'전시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림박물관 3 (3) | 2025.10.30 |
|---|---|
| 호림박물관 2편 (3) | 2025.10.29 |
| 호림 박물관 1편 (4) | 2025.10.28 |
| 주얼리 페스티벌 인 종로 (2) | 2025.10.21 |
| 코엑스 주얼리쇼 The Most Valuable 3편 (6) | 2025.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