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책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습니다.
https://tumblbug.com/theoryofcraft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은 꽤나 두껍고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뇌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읽어서 어제가 되서야 겨우 끝냈습니다.
정직한 제목처럼 공예와 순수 예술의 차이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입니다.
공예로 분류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장신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고
기대했던 대로 공예에 대해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건 장신구 이론과 관련된 책을 따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읽지 않으실 분들을 위해서 제가 이해한 내용을 줄이자면,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기능하는 것이 공예품입니다.
바가지라든가 의자 같은 것들이요.
장신구는 인간이 신체에 착용해야 기능하는,
인체에 매우 의존적인 물건이므로 공예라고 하기는 어렵다더군요.
다만 구상과 기획, 디자인, 제작까지 모두 한 사람이 진행하는 게 공예의 과정이라면
제 목표도 이와 같습니다.
산업화 이후에 기계로 인해 디자인/기획과 제작이 분리되고
칸트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실제보다는 이상을 다루는 디자인과 창작이 우위를 지니게 되면서
제작자는 그저 디자이너의 하청에 불과하게 되었죠.
공방(workshop)과 작가 공방(studio)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말로는 공방(workshop)보다 공장(factory)에 더 가깝겠네요.
종로에만 가도 귀금속 공장이 많으니까요.
아마추어의 어설픈 기술로 만든 결과와 전문가의 '의도적인 어설픔'으로 만든 결과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실력이 없어서 어설픈 결과물을 내놓는 것과, 숙련된 기술이 있음에도 단순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다른 거니까요.
다만 손기술은 숙련도가 매우 중요한데,
그 숙련도가 적용되는 부분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디자인은 그렇다 쳐도
실제 귀금속 분야에서 주물과 광기사, 원본기사 등
전문 분야가 다 나뉘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과정을 따라 현대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던가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겠죠.
혼자서 모든 걸 다 한다면 필연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과 장비 선택지가 줄어들고
최종 제품의 품질 역시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을 맞추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역시 장신구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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