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는 경복궁이 무료라길래 다녀왔습니다.
재료며 공구 사러 종로에는 자주 오지만 보통은 무료인 민속박물관만 가기에 경복궁은 오랜만입니다.
경복궁 수문군의 복장.
위에서부터 전립에 겨울용 방한모인 휘항, 소매를 덧댈 수 있는 까만 단추가 달린 철릭답호, 허리에는 검 등을 패용할 수 있는 띠돈, 신발까지 풀셋입니다. 좋네요. ///////////// 나도 갖고 싶다. 핡핡...
활 든 분도 찍었어야 했는데...
수문장 교대식이니 관람선으로 이동하라는 안내를 따르느라 깜박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수문장교대식.
두근두근.
음. 좋았습니다.
규모가 좀 작지 않나 싶지만
아마도 예산 문제가 제일 크겠죠...
그래도 전립의 꿩깃이며 활과 화살집 등 세세한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은 복장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박물관 입장.
경복궁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여길 가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느낌 상으로는 리뉴얼 전에 왔던 것 같기도 하고...
플래시나 삼각대를 제외하면 촬영은 자유입니다.
그리고 발견한 대박.
은솥입니다.
통짜 은.
순은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무게가 대체 얼마일까요?
은의 비중은 10.39로 금(19.30)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무게가 꽤 나갑니다.
게다가 전기전도율과 열 전도율은 금을 넘어서 모든 금속 중 1위입니다.
저기다 밥 지으면 대체 무슨 맛일까요? -ㅠ-
대한제국 시대에 조선왕실이 수입한 책상...
이런 류의 책상을 좋아합니다만
좌우의 곡면 때문에 제 취향존에서는 아웃입니다.
달팽이, 잠자리, 사마귀 등 물가의 곤충들이 모여 있는 벼루.
연적입니다.
벼루는 얕고 작기 때문에 물을 조금씩만 흘려넣을 수 있는 연적이 필요했습니다.
근데 15번...도넛링이라고 해야 할지 형태가 다른 것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근데 이름은 그저 '국화무늬 연적'.
그게 끝? 국화무늬보다 위상학적으로 더 중요한 특징이 있지 않나여?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고요?
그리고 아기자기한 것만 있지 않습니다.
엄청 큰 게 있어요.
벼루...
반신욕조만한 벼루입니다...
현판이라든가...
서예 대작을 만들 때 쓰는 벼루겠죠.
위아래에 보이는 건 잉어에 연잎 같은데
가운데 있는 게 뭔지 모르겠네요.
연꽃 같지도 않고 달린 이파리도 연잎이 아닙니다.
그리고 역시 엄청나게 큰 국궁.
큽니다.
엄청 커요.
저 상태로도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상체보다 더 폭이 넓습니다.
이걸 혼자 펴서 시위를 걸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건 화살촉을 뽑거나 끼우는 용도의 물건이라는데
제가 주목한 건 저 고리쪽입니다.
아마 저게 우리 전통의 금속 고리의 구조겠죠.
금속의 탄성을 이용하는 방식의 고리군요.
사물 설명입니다.
그리고 기린!
기린 깃발이 있었습니다!
/기립박수
사실 동아시아 3국을 통틀어서
기린은 위정자의 권위와 자비를 상징하는 동물이면서도
용보다 언급되는 일이 드물고 급이 낮습니다.
오방을 따질 때 기린은 중앙의 황색이지만
오방신에는 동의 청룡, 서의 백호, 남의 주작, 북의 현무에 중앙에 보통 황룡이 들어갑니다.
동에 청룡이 있으므로 굳이 종을 따지자면 용이 중복되지요.
하지만 중국의 황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최고 존엄을 상징하는 데에는 용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아래인 왕세자가 기린을 상징으로 쓰죠.
기린의 뿔은 뒤로 나있고 살갗으로 덮여 있는데
이는 뿔로 들이받는 짐승의 본능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혜의 상징입니다.
또한 발굽도 갈라지지 않아 벌레 한 마리 허투루 밟는 일이 없고
산 것을 먹지 않아 생명을 해치지 않는 자비의 상징이기도 하죠.
걸핏하면 친족의 피로 옥좌를 씻어야 하는 인간 세상의 군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수라 잘 쓰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족이 쓰는 가마를 장식하는 매듭을 다는 귀퉁이 장식입니다.
눈매하여 고리를 물고 있는 옹졸한 부리하며
너무 표정이 은근한 게 웃겨서 찍었습니다.
눈 달린 제기...
철로 된 대금(?).
위는 철에 은입사 세공을 한 대금입니다.
옛날에 무슨 무협지에서였나 철로 된 대금으로
적들의 머리통을 깨고 다니는 등장인물이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죠.
이번에도 은입사입니다.
사인검.
24시간을 2시간씩 12지 동물로 나누어서 표시한 게
옛날의 시간 개념이었습니다.
시간이 모여서 하루, 하루가 모여서 한 달, 한 달이 모여서 일 년.
일 년이 육십갑자 모여서 육십년입니다.
그리고 호랑이 해, 호랑이 달, 호랑이 날, 호랑이 시.
양기 X 양기 X 양기 X 양기 = 초강력 양기.
이런식으로 계산한 게 바로 사인검입니다.
직역하면 네 호랑이 검 정도 되겠네요.
육십갑자는 10간과 12지로 이루어져 있으니 호랑이 해는 60년 동안 5번 정도 있는 셈이군요.
그럼 사인검은 12년마다 돌아오는 2 시간 동안에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 계산이 맞나?
아무튼 중요한 건 은입사 세공입니다.
그리고 검신의 북두칠성 세공도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지만
설명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세공 과정을 보고 싶다...
그리고 천상열차분야지도.
척 봐도 쩔어주는 천문도입니다.
황도 12궁은 서양의 별자리라서 이건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어째 여기에도 황도 12궁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황도 12궁은 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된 걸까요?
근데 그런 거 치고
별자리들은 서양의 것을 따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리온자리라든가 큰개 자리 같은 게 그대로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음...잘 모르겠네요.
저는 머릿속에서 이걸 만든다면 얼마나 고생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느라 바빴습니다.
금판에 다이아몬드는....무리고.
적동판에다가 우물 세팅으로 큐빅을 박아서 만들면 진짜 멋질 거 같긴 합니다.
여러모로 굉장한 물건이 될 겁니다.
별들만 2천 몇 개가 찍혀 있다고 하니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하지만 만들면 쩔어주겠죠....
만들어보고 싶지만 만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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