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목표를 세우면 매년 매월 매주 매일 할 일과 분량을 정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자아비판을 하는 거죠.
연말에 정산을 하여 달성하지 못한 목표량은 그대로 다음 해에 똑같이 나 자신에게 부과했습니다.
해가 흘러갈수록 매년 달성 실패로 다음해로 넘어가는 목표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목표만 세워놓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당혹스러웠습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달성하지 못해 달력에는 실패한 날들이 쌓여 갔고,
항상 해야 할 일들을 머리 한 켠에서 생각만 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딴짓을 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새해에 결국 저는 3년을 질질 끌면서 제대로 시작조차 한 적이 없던 목표를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내친 김에 정말 당장 필요한 목표만 추려낸 뒤 미련으로 붙잡고 있던 것들을 다 버렸고, 단촐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웃기게도 생활 패턴은 목표들을 가득 끌어안고 있던 때와 비슷했고, 달성률은 살짝 더 올랐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기대치를 낮추어 목표를 아주 낮게 잡았습니다.
공부를 예로 들면 책을 펴고 펜을 잡기만 해도 하루 퀘스트 완료로 친 겁니다.
실제 공부라고는 한 글자도 안 봤어도 말이죠.
그랬더니 달성률이 늘어나고 몇 년이나 답보 상태였던 일들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도 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체 이 신기한 현상은 뭘까요?
저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수록, 기존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내가 청개구리였나?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저는 한 발 더 나가기로 했습니다.
목표를 낮추는 데 더해서 보상까지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걸 위해서 인사동에서 간식 그릇도 샀습니다.
보자마자 딱 느낌이 왔다고나 할까요.
식단 조절 겸 간식 시간을 정하고 그걸 하루의 '보상'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이자 열심히 일하기 위한 보상입니다.
비밀이 있다면 요즘 간식의 양이 자꾸 간식 그릇보다 커진다는 겁니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을, 저는 요즘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최종 결과는 올해가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긍정적입니다.
[보상: 나의 노오력에 대한 대가.]

뒷면에는 천칭자리 별자리를 박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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