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시작은 항상 그렇듯이 가볍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오팔을 수집하는 게 목표니까 합성 오팔도 모아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 예물이었던 반지 외에는 합성 오팔을 본 적이 없었고
길슨 사는 다른 회사에 넘어간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기술은 날로 발전하니,
합성 오팔에 대해 미리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속아넘어가도 할 말이 없겠죠.
나름 오팔 마스터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태였습니다.
그래서 합성 오팔을 제작하는 사이트를 찾아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합성 오팔 표본을 종류별로, 제품을 색깔별, 크기별로 하나씩 보내주십시오.'
구매를 위한 표본이라면 무료 제공할 법도 한데 이 회사는 그런 거 없었습니다.
뭐, 합성이라지만 보석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구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단가가 비싸서 다른 표본은 아예 만들지를 않고
팔 수 있는 표본은 두 개 뿐이라는 겁니다.
그 다음 난관은 MOQ (Minimum Order Quantity),
즉 최소 주문 수량이었습니다.
저는 색깔별로 1개씩만 수집하면 됐는데
종류에 따라 최소 20개에서 1,000개씩 주문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여기까지 이메일 대화로 장장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수집이 목적인데 천 개씩 사서 쓸 데도 없고
그만한 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때 또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남는 건 팔까?'
주문부터 발송까지 무려 4주가 걸린다는 말에
일단 돈 되는대로 질렀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종로와 남대문, 동대문까지 2주에 걸쳐 쭉 훑었습니다.
애초에 찾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참 없더라고요.
그나마 있는 건 피어싱 같이 이미 완성된 제품들이었고.
썩는 물건도 아니고
시장에 올려놓고 한두 개씩 팔아서
다음 수집 목표를 구매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작업흐름도를 만들었습니다.
1종류를 최소주문수량으로 산다. -> 판다 -> 판 금액으로 다음 종류를 산다 -> 판다. -> 이후 반복.
이렇게 해서,
진짜 오팔도 아니면서
규모로 보면 역대 최고액을 달성하고,
시간으로 따지면 역대 최장 기간이 걸릴 것 같은 수집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_+
목표는 모든 합성 오팔 종류의 모든 색을 모으는 것!!!
판매는 가장 오래 오팔썰을 풀었던 네이버 블로그 마켓에서 풀 예정입니다.
(근데 왜 허가가 이렇게 오래 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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