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름도 길구만.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약칭 DDP)에서 하고 있습니다.
출구로 나가면 웬 거대한 팬더 인형 등짝을 보게 됩니다.
...요새 푸바오가 핫하긴 했죠.
사람이 많이 몰릴까봐 걱정이 되어 개장 시간인 10시 전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당혹스런 눈으로 맨 앞줄을 찾으니 헬로키티 전시...
다행입니다.
고양이 아닌 고양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을 지나
한적한 구석에 전시장 입구가 있습니다.
구경하기 전에 가방을 건물 내부에 있는 보관함에 맡겨야 합니다.
보관료는 공짜입니다. 굿.
하이 주얼리 브랜드 전시를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이번 까르띠에의 전시 테마색은 검정입니다.
검은 문이 열리고
들어가면 조명 없는 검은 복도가 나오고
스태프 분이 검은 문을 열어줘야
전시실에 입장하는 시스템입니다.
멋지면서 뭔가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던 첫 전시실.
이번 전시 테마가 시간인 만큼 거대한 시계 전시물이 길로틴마냥 서있습니다.
멋진 장치지만 말이죠.
스태프 분에게 여쭤봤는데,
저 위의 투명한 덩어리는 재질이 뭔지 알 수가 없었고 (유리로 예상합니다.)
그저 장식으로 매달려 있을 뿐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해서 시계의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도 아니었습니다.
저 태엽 중에 실제로 움직이는 건 하나도 없었고요.
겉보기용, 그저 장식에 불과한 거죠.
솔직히 정교하게 돌아가는 멋진 기계장치를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냥 겉모습만 멋들어진 허세라니...
까르띠에 조금 실망이에요...
이게 첫 전시실이고,
나가는 문에 접근하면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 분이
다음 전시실로 문을 열어주십니다.
마지막 미디어 영상실에서 설명이 나온 전시실.
특별 제작한 천(능라 종류)과 조명으로 전시물을 격리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장점은 전시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전시물만 너무 빛나서 발 밑이 어둡다는 거,
커튼으로 가려져 있기에 정면에서만 볼 수 있어서 앞사람이 다 보고 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거
정도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전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에 있는 것은
바로 까르띠에가 시간을 주제로 전시를 연 이유인 미스터리 클락입니다.
미스터리 클락이란 시침과 분침이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계로,
까르띠에의 특허 디자인입니다.
아마 저 미스터리 클락이란 게...제가 알기로는 투명한 수정판에 시침 분침을 붙여놓고
그 수정판을 회전시키는 걸로 알고 있는데...아마 맞을 겁니다.
시침 분침에 집착하지 않고 아예 침을 판에 붙여버리고
그 판 자체를 회전시켜버린다는 발상은 정말 훌륭합니다.
전시물은 1920년대부터 5, 60년대까지 제작한 미스터리 클락들입니다.
...시분침 밑판이 회전하는 거라면 이건 어떻게 되는 걸까요?
팔각형에 외접하는 원판이 회전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각진 형태가 왠지 착시를 주는 것 같네요.
발상의 전환과 허공에 떠있는 시침과 분침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디자인은...음. 멋진 것 같기는 한데
시계 디자인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더군요.
옥으로 된 선녀(?)상에
진주를 붙인 산호 가지, 산호 장미를 입에 문 백옥 사자(?)
그냥 봐도 테마가 어디 건지 알겠네요.
시계들은 멋졌습니다만
저는 시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으므로...
마냥 찍고 다음 거, 찍고 다음 거로 이동했습니다.
아 참. 전시실 내에서는
플래시를 끈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만
촬영음이 다른 관객의 감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촬영음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후 스태프 분이 알려주셨는데,
갤럭시는 모션 포토 기능을 켜면
촬영효과음이 조금 작고 부드러운 걸로 바뀌더군요.
이건 저도 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술 트릭으로도 쓰이는, 거울에 비친 반사를 이용한 거죠.
보석 세팅과 앞의 표범이 인상적인 미스터리 클락.
챕터별 전시실은 문과 검은색 복도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실을 건너가는 역주행은 불가능합니다.
한 전시실 내에서 돌아다니면서 보는 건 되지만
이전 전시실로 돌아가는 건 안 됩니다.
도슨트를 이용하시려는 분들은
이 점에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슨트를 다 들은 뒤에 첫 전시실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관람 동선은 꽤나 깔끔했던 게 좋았습니다.
1열로 기차놀이하면서 구경하면 됩니다.
이건 스토머커 브로치라는 것으로,
크기가 엄청 거대합니다.
현대에 가슴 한쪽에 다는 조그만 브로치가 아니라,
옛날 드레스 앞판에 다는 장식입니다.
이렇게...저 드레스 앞판을 스토머커(stomacher)라고 부르고
거기에 다는 브로치인 거죠.
반클리프앤아펠, 까르띠에, 부쉐론, 쇼메, 불가리 등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역사가 깊고, 대표적인 디자인이 있으며,
왕족을 비롯한 세계의 상류층을 고객으로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이 주얼리 브랜드는 대부분 왕족들이 쓰던 티아라를 여럿 만들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티아라는 각진 디자인이 멋지네요.
전시회 마지막에 위치한 미디어 영상실을 보면
이런 전시물을 배치한 나무 받침대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오래되어 탄화가 진행 중인 특별한 목재를 장인이 깎아서 만들었다더군요.
잠금 장치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ㅜㅜ
까만 테 재질이 궁금한 티아라입니다. 흑단일까요?
그저 가녀린 테에 다이아가 박혀서 반짝반짝한 티아라가 보다는
이런 디자인이 더 강력해보여서 좋네요. (카리스마 +3, 악녀 수치 +1)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디자인.
조금 더 그로테스크하게 하면 H. R. 기거 느낌이 날지도?
잠금 장치는 아마도 저 매듭 모양 고리 그 자체일 겁니다.
90도로 비틀면 다른 고리를 빠져나갈 수 있는 그거요.
옛날에 원리는 같지만 디자인은 더 단순한 걸 명동 같은 번화가에서 많이 팔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이게 그 시초일 수도 있겠네요.
뱅글 팔찌.
이런 단순한 사선이 주는 느낌이 생각 외로 세련되었네요.
아, 저 검푸른색 덩어리는 처음에는 흑요석인가 했는데,
잘 보니 유리였습니다.
이 뒤로 계속 나오는 투명한 덩어리들은 다 유리로 보이더군요.
까르띠에하면 또 유명한 게 트리니티링입니다.
화이트 골드, 옐로우 골드, 핑크 골드로 우정, 믿음, 사랑을 상징합니다.
귀금속 학원 커리큘럼에도 포함되어 있어서 은으로 만들어봤는데
각 반지의 사이즈 오차가 0.2 mm 이하여야만 제대로 굴러갑니다.
치수 맞추기가 좀 어렵지만 손가락에 착용할 때
세 개의 링이 서로 얽혀 돌아가면서
손가락 위로 미끄러지는데
촉감이 아주 예술입니다.
팔찌로도 나왔네요.
얼마 전에는 사각형 트리니티도 나왔다던데.
트리니티 팔찌 파베 세팅 버전.
트리니티 링은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디자인에다가 발명된 시간도 오래된만큼
실로 여러 가지 변주가 나왔습니다.
파베 세팅도 그 중 하나죠.
개인적으로 제가 궁금한 건, 저거 서로 얽혀서 회전할 때 분명 파베 세팅 표면과 마찰할 텐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입니다.
뭐...엄청 비쌀 테니 짝퉁 반지 굴리듯이 막 회전시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구도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18k 아니면 백금일텐데, 한 만 번쯤 회전시키면 다이아가 한 알이라도 떨어져나가지 않을까요?
묘한 수정 목걸이.
새를 조각하고 보석을 세팅해 놓은 위에
투명한 돔 형태의 수정을 덮어서
마치 볼록 렌즈를 통해 보는 것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클락과 트리니티 링에 이어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또 다른 테마는 표범입니다.
루이 까르띠에가 시작하고, 이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간 잔느 투상이 확장시켜 표범 유니버스를 만들었습니다.
아, 표범 얼굴 한복판에 시침분침은 좀...
특이하게도 수정 같은 걸 끼워넣은 티아라.
까르띠에 전시회에서 아쉬웠던 게 또 하나 있다면,
작품 설명란이 너무 간결했다는 겁니다.
반클리프앤아펠에는 그래도 이름과 제작 연도 외에도
어떤 재료와 보석을 썼는지는 보여줬거든요?
근데 까르띠에는 그냥 '왕관, 1922년' 이런 식으로 무뚝뚝하더라고요.
그래서...이 특이한 티아라의 재료가 수정인지 유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정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불독...
근데 다이아몬드 눈깔...
강아지들의 건강과 고통을 무시한 몰지각한 브리더들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 과도한 성형수술을 당해서 이제 자연분만도 안 되고, 숨쉬는 것도 힘든 견종이 되었죠...
참 불쌍한 애들이에요. ㅠㅠ 하나도 안 귀엽습니다.
그냥 가만히 서있는데도 크헉크헉 소리 내면서 힘들게 숨쉬는 거 보면 그냥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다시 주얼리로 돌아와서,
아름다운 목걸이. 역시 재료는 알 수 없습니다.
(반 씨는 안 그랬는데...)
이 중앙에 카페오레 무늬 같은 이게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합니다.
가죽은 아닐 거고, 나무일까요? 나무 화석? 온갖 색과 무늬가 존재하는 재스퍼의 일종일까요?
그 밑에 복숭아빛 투명한 보석은 뭘까요?
모거나이트? 쿤자이트? 스피넬? 쿼츠?
아쿠아마린...
이건 아쿠아마린 각이다.
위에 시계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 목걸이를 차고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만 시간을 볼 수 있는 거죠.
멋진...팔찌.
사파이어가 아닐까 싶은데...
블루 토파즈일수도 있고...
잠금 장치는 이렇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반지.
금사를 뽑아서 한쪽을 붙여놓고...
비즈를 꿴 다음에...
다른 한쪽을 안으로 넣어서...
어떻게 땜했을까요?
땜할 부위를 제외한 다른 부분을 물에 넣거나...뭔가 열을 차단하고 땜을 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오르골처럼 생겼지만 약상자라고 합니다.
뚜껑 열었을 때 안에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이런 식으로 써있으면 재밌을 듯...
설명서...가 아닌 이름표를 보면 미닛 리피터 기능이 딸린 큐브 클락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기능인지...
(검색 중)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이군요.
단위는 "시간-15분 - 분"....
그러니까...
10시 25분이라면 시간을 알리는 소리 x 10회 + 15분을 알리는 소리 x 1회 + 1분을 알리는 소리 x 10회, 이렇게 나온다는 거군요.
...아라비아 숫자를 로마 숫자로 풀어서 귀로 듣는다면 이런 기분일 듯.
까르띠에의 표범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표범이 매우 입체적이고
눈매나 콧날 등 데포르메가 거의 되지 않은 진짜 표범 같은 디자인이 좋네요.
이번에도 400 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시리즈로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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