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아니입니다.
이탈리아 브랜드입니다.
여기는 익선동...
이전까지는 스치듯 지나쳤던 동네라서
사방이 낯섭니다.
예약할 당시에는 입장 시간이 30분 단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근데, 다미아니.
예약했는데 왜 입장하기 전에 또 개인 정보 입력하라고 해여?
광고하고 싶어서 그래여?
대기줄 저 자리 땡볕이었는데 질척거려서 좀 귀찮았어여.
무료였던 것 같은데 개인정보를 주고 입장합니다.
전시장은 방 두 개로 이루어졌고
동선이랄 게 없어서 그냥 돌아다니면 됩니다.
설명표지판이 있고 거기에 전시장 여러 개가 딸려 있는 식인데,
이 순서가 달라서 좀 헷갈립니다.
예를 들면, 같은 벽인데
설명문(가)-전시품 (가 1) -전시품 (가 2) -전시품 (가 3) (한 1 미터 떨어져서) 전시품 (나 3) -전시품 (나 2) -전시품 (나 1) -설명문 (나)
이런 식입니다.
아니, 그래서 오른쪽부터 시작해야 돼, 왼쪽부터 시작해야 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00년 된 브랜드라서 1차 세계대전(1914) 전까지 있었던
벨 에포크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이 2024년이니 100주년된 브랜드의 시작은 1924년...어라?
이탈리아에서는 벨 에포크가 늦게 끝났나 보네요.
벨 에포크란 용어 자체가 불어니까...음.
넘어가죠.
그리고!
다미아니는!
설명문을 제공합니다!
사용한 귀금속의 종류와 보석, 캐럿, 장신구의 종류와 감상까지!!
십자가 목걸이.
일단 테구리에 귀금속을 남겨놓고 채널 세팅으로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두른 뒤에
그 안에 마퀴즈컷, 애셔컷 등 다양한 커팅의 다이아몬드를
채널바 세팅을 칸막이로 두고 띄엄띄엄 박아놨습니다.
똑같은 컷으로 채워넣었다면 더 딱딱한 느낌이 났을 것도 같고...
목걸이 줄 중간에 다미아니를 의미하는 D가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 좋아여.
옆구리에도 보석을 세팅했군요.
십자가가 아니어서 아쉬운 팔찌.
역시 십자가가 아니어서 아쉬운 귀걸이.
이왕이면 십자가로 통일해줬으면 했는데...
목걸이, 팔찌, 귀걸이 순으로 사이즈만 작아지는 거죠.
그랬으면 귀걸이가 아주 귀여웠을 텐데.
음...설명문을 순서대로 찍질 못해서...
선명하게 빛나는 퍼레이바 토르말린.
세트 귀걸이.
귀걸이 위에 다미아니의 D가 누운 게 눈에 띄네요.
다미아니는 이렇게 곳곳에 D를 숨겨놓더라고요.
꽤 재밌었습니다.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반복되는 목걸이.
우습게도 저는 이걸 딱 본 순간,
'아, 이게 다미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고대 로마의 목걸이 같이 단순하지만 힘 있는,
아름다운 목걸이입니다.
근데 귀걸이는 그닥...?
세트라고 너무 똑같이 디자인한 듯...
다만 귀걸이도 다미아니 출신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귀 뒤쪽을 덮는 부분이 D 를 형상화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옆에서 본 모습.
보석 세팅은 이중테 난집이군요.
귓불 뒤쪽을 넓게 덮는 다미아니의 D.
전시장 사이 사이, 설명문 아래에는
이런 식으로 커다란 사진들이 벽 아래쪽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귀금속 세공 책상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탈리아 세공사의 책상!!!
의자 팔걸이에 쿠션을 놓은 게 눈에 띕니다.
책상 앞을 둥글게 파놓았네요.
닳고 닳은 태장대...
태장대 아래에는 작은 서랍이 있고,
아래에는 핸드피스가 있습니다.
저는 본 적이 없는 기종이네요.
재말 서랍 안에 든 건 뭐... 세공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죠.
팔걸이에 쿠션이라...
의자 팔걸이가 있으면 줄질할 때 굉장히 거슬리는데,
이렇게 쿠션까지 놓은 걸 보니
세공보다는 땜이나 세팅 같이 팔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작업을 하는 사람 의자 같습니다.
그리고 오팔!
훌륭한 오팔!
호주산 화이트 오팔 중에 상당히 흔한 패턴입니다.
하얀 바탕에 저렇게 녹색 광채가 뿌려진 오팔이 많죠.
그래도 변채의 등급이 높습니다.
팔찌 부분에도 작은 오팔이 세팅되어 있는데,
전시장에서 돌아다니면서 전시물 설명을 해주시는 분이 전부 다 호주 오팔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근데 왜 제 눈에는 에티오피아 오팔 같죠...호주 오팔 중에 투명한 크리스탈 오팔이 없는 건 아닌데...
저렇게 균일한 크기로 작게 커팅되어 나오는 변채 있는 오팔이 호주 오팔 중에 있던가?)
호주 오팔의 정수!
블랙 오팔! 파란 변채!
저 크기! 저 두께!
상급입니다!
이 전시장 안에 있던 오팔 삼형제 중 막내!
화이트 오팔에 붉은 변채!
제가 좋아하는 조합은 아니지만
일단 붉은색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가격이 뛰죠.
게다가 얼굴도 크고 두께도 좋습니다.
더더욱 훌륭한 것은!!
이 전시유리장 안에!!
습도 조절용 물컵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박수
아, 좋아요.
다미아니, 입구에서 좀 질척거렸던 게 깨끗하게 잊혀졌습니다.
훌륭합니다, 다미아니.
그 뒤로 들어오는 추가타.
아...번역 잘못 됐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이고, 오팔은 오스트렐리아(Australian), 즉 호주산입니다.
뭐...이건 헷갈리는 사람이 많긴 한데...그래도 번역자가 헷갈리면 안 되죠. +ㅅ+ 마이너스 50점.
아름다운 오팔입니다.
좋네요.
얼굴 크기, 두툼한 두께, 녹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오팔만의 변채.
세트인 귀걸이에 세팅한 오팔도 정말 같은 돌에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유사합니다.
톤이나 변채나 그런 게...어쩌면 정말 같은 덩어리에서 쪼개져서 나온 것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참고로 귀 위로 거는 저 부분은 분리가 가능합니다.
아래쪽만 귀걸이로 쓸 수 있는 거죠.
안타깝게도 위쪽 부분을 따로 활용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음. 드롭 귀걸이라든가 반지라든가 두 개 이어서 팔찌라든가
좀 더 변신로봇 같은 걸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오...
마법진을 좋아하지만 이런 식의 동심원에는
전혀 제 감지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버전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퍼레이바 색이 예쁘긴 하네요.
네...
스톤이 바뀌어도 디자인이 그대로니 뭐...
패스.
오, 하지만 이 팔찌는 좋습니다.
저란 사람의 취향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동심원 팔찌, 극호입니다!
목걸이...
이런 디자인이 의외로 좋단 말이죠.
하지만 귀걸이는 아웃.
목걸이랑 안 어울려.
이 세트는 전체적으로
꽃을 두툼하게 엮은 벽걸이 장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딱 이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이 귀걸이도 아웃.
목걸이 디자이너랑 귀걸이 디자이너가 다른 건지,
아니면 디자이너가 귀걸이 디자인에는 소질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시대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취향 차이...겠죠.
네.
제 취향이 문제죠.
근데 어째 진짜 귀걸이들이 하나 같이 제 취향존에서 아웃이네요.
반지.
이런 느낌은
신디 차오의 보석 튀김에 이어
두 번째로군요.
이번 건 약간...
사진을 꽃으로 둘러싼...
영정 사진이 떠오르는 디자인입니다.
아니면 작은 꽃이 모인 오밀조밀한 화단의 드론뷰 같기도 하네요.
파라이바 컬러가 워낙 눈에 확 띄는 거라 인기가 좋기는 한데,
한 전시회에서 이렇게 파라이바를 많이 본 건 처음이네요.
음, 이 미모사 시리즈의 디자인 컨셉이 이런 거겠지만
이렇게 많이 있으니
이게 이탈리아의 취향인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듭니다.
화려하고 크고 두꺼운...
꽃다발 같은 느낌?
아, 이 캣츠아이 랑 스타 시리즈 팔찌가 진짜 좋았어요.
너무나 선명한 캐츠아이가 다발로 모여서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이 스타 사파이어도 좋았습니다.
우유빛이 좀 도는 게, 보통 생각하는 최상급 투명한 사파이어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이 정도의 스타 효과가 난다면 얘기가 좀 다르죠.
그리고 화룡점정은 이거.
스타루비 팔찌입니다.
까르띠에에서 스타루비 목걸이도 놀라웠지만
이 팔찌도 놀라웠습니다.
전부 다 육망성 스타는 아니지만
색깔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이렇게나 스타 루비를 모아서
은하수를 만든 이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부 다 육망성은 아니고
성채 효과가 정중앙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정말 시선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스타 작품.
셔츠 칼라 디자인의 목걸이.
스타 사파이어의 성채 효과는 단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멋있네요.
이 스피넬은 색감이 너무 어두워서 조금...
밝은빛의 칼라에 비해 대조적이었습니다.
전시용 조명이 있어서 이 정도인 거지,
일반적인 실내 조명이라면 훨씬 더 어둡게 보일 거 같네요.
루벨라이트가 정말 좋네요.
루비와 다른 붉은빛이 아주 찬란합니다.
이제 깨달았는데,
이 전시...
전시물들이 디자인이 중심이 아니라
먼저 훌륭한 스톤이 있고 나서
그걸 가지고 디자인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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