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 행사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후기 10편

by Yeonwoo8310 2024. 6. 8.
반응형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아...반클리프앤아펠이 13편인데 그거 넘어가는 줄 알고 식겁했네요.

 

오동통한 사파이어, 수정, 다이아몬드, 그리고 거기에 아르데코를 한 스푼.

멋진 뱅글 팔찌입니다.

우주선...우주선이다.

뱅글이 아니라 좌우로 반쪽씩 쫙 열어서 착용하는 것 같네요.

이런 팔찌는 손목에 딱 맞아야 잘 어울리겠죠.

음...옆에서 봐도 미확인비행물체입니다.

위에다가 반구형 돔만 씌워놓으면 그냥 딱.

이집트풍을 재해석한 것 같은...

묘하게 스핑크스 아닌 것 같은 스핑크스에

밑에 좌대의 기이하게 이집트 냄새가 나는 연꽃 무늬...

왠지 만화 같은 데에서 저작권에 걸릴까봐

타 작품의 제목이랑 그림체를 티나게 비틀어서 보면 아는 사람은 다 알게 하는 인용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그렇네요.

다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집트 벽화가 아니라,

이집트의 신전 풍경을 테마로 한 게 독특합니다.

저 지붕과 기둥도 그렇고 앞에 터키석으로 만든 조각상은 아마 진짜 있는 유물을 오마주한 것일 겁니다.

암사자의 머리를 한 이집트 여신, 세크메트입니다.

근데 이제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이거 보면서 한 생각인데...

이거 설마 진짜 이집트 유물에다가 세공을 한 건가?

지금이야 발굴된 유물들이 관리되고 있지만

이게 만들어진 20세기 초까지는

미이라를 거래하고, 갈아서 물감으로 쓰고,

황금 유물은 녹여버리고,

파피루스는 태우는 등 일어날 수 있는 트롤링은 다 일어났습니다.

이집트에서 도굴이야 일상이고 사람들이 발견되는 건 뭐든 다 팔아버렸으니까요.

조상님 유물인데 그래도 되나 싶지만

어차피 지금 이집트에 사는 인종은 고대 이집트인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 여왕 사후 이집트는 로마에 종속되었고

(이 이후 어느 시점에 이집트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학살이 있었을 거라는 가설이 있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 뒤로 중세에는 이슬람의 통치를 받고, 이후로도 계속 지배 당하면서

실제 이집트인들이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진 인종이었는지는 완전히 잊혀졌습니다.

(그러게 그림을 좀 사실적으로 그리지...)

오죽하면 흑어공주처럼 고대 이집트인들이 흑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겠습니까.

 

이것도 중앙에 풍뎅이 부적이 진짜 유물 같아요...

이건 현대에 와서 만들어졌군요.

목걸이 체인이 겁나 두껍네요.

속이 비었겠지만 그래도 무거울 듯.

뭔가 묘하게 데포르메된 풍뎅이 부적 브로치.

내비게이션 화면 같은 날개 무늬가 킹받네요.

이건 이집트 영향을 받은 것도 안 받은 것도 아니여.

반클리프앤아펠이 이집트 양식을 제대로 살려냈다면

까르띠에는 이집트 빵을 적당히 가져다가 뭉개서 튀김옷 묻혀서 자기 식대로 튀겨버린 느낌입니다.

느끼하네요. ㄱ-

멋지고 위엄 있는 왕관.

미묘하게 다른 도형들울 배치하여 조화로운 일체감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알함브라 궁전의 분수대 정원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형태의 상자.

멋집니다.

이것도 긴~ 브로치인데

좀 작아서 그런지 그렇게 어색하진 않네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긴 브로치들을 현대의 복장에 견주어 상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작 시기는 아마도 아르데코 시대일 거고, 허리를 조이지 않고 자루처럼 통짜로 길게 내려가는 원피스를 입었던 때이니 이런 긴 브로치도 어울렸겠죠.

또 나왔다. 비대칭 목걸이.

무굴 제국 스타일로 카빙된 에메랄드가 아름답습니다.

근데 진짜 저런 목걸이는 어떻게 위치를 고정시키는 거지.

늘어뜨린 부분만 떼어다가 브로치로 써도 손색이 없겠네요.

에메랄드 팔찌.

에메랄드는 채굴 지역을 불문하고 크기가 클수록 내포물이 많아집니다.

에메랄드 가치에서 첫번째 기준이 아마 색상이고, 그 다음이 크기, 그 다음이 내포물일 겁니다.

색상 좋고 크기가 크면서 내포물 없는 에메랄드는 정말, 정말, 정말 희귀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팔찌.

이 각도에서는 무슨 외계인을 보는 느낌인데,

이 각도에서는 여전히 외계인 느낌이 좀 나지만 그래도 팔찌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착용자의 시선에서 보면 한쪽면만 보일 테니까

에메랄드가 박힌 아름다운 초승달 형태의 팔찌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 각도에서 보니 약간 나폴레옹 제정시기? 느낌도 나고, 정말 아름다운 에메랄드-다이아몬드 팔찌입니다.

마야 피라미트 형태의....브로치였던가.../긁적

멋진 루비 팔찌.
카보숑 루비인데 내포물이 좀 있군요.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산상화서...

에...

/검색 중...

요즘에는 산형 꽃차례라고 하는군요.

수국이 이런 식으로 피죠.

어떤 꽃을 모티브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터키석과 주홍빛 꽃의 조화가 좋네요.

음......

양 손에 커다란 글러브 같은 거 낀 느낌...

모티브는 선인장일까요?

이것도 선인장이 모티브로 보입니다.

말미잘 아니면 문어알이다...

선인장과 문어알...

이건 정확히 뭐가 모티브인지 모르겠더군요.

선인장 윗부분 같기도 하고... 성게 같기도 하고...

우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악어가 달라붙은 만년필.

주머니에 넣고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걸 갖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같은 소시민이야 자기 경험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명한 악어 목걸이.
목걸입니다.
진짜 목걸이예요. 'ㅅ' /진지

저 꼬리 부분이 서로 얽히게 되어 있습니다.

까르띠에 치고 꽤 리얼하게 제작되어 있는데,

이 악어 목걸이의 원주인은 멕시코의 여배우, 마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펠릭스 궤레냐...입니다.

통칭 마리아 펠릭스.

멕시코 영화 전성기에 살았던 멕시코의 대여배우로,

파충류를 지극히 사랑하는 애호가였습니다.

이 악어 목걸이 외에도 마리아 펠릭스가 주문제작한 파충류 주얼리는 굉장히 많습니다.

녹색 악어는 콜롬비아 에메랄드를 사용했고, 금색 악어는 옐로우 다이아몬드입니다.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마리아 펠릭스는 1975년쯤에 새끼 악어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는데

이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영원히 남기고자 까르띠에에 제작을 의뢰했고,

완벽하게 사실적인 디자인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

파리에 있는 까르띠에의 부티크에 두 새끼 악어를 갖다놓고

주얼리 디자인이 완성될 때까지 부티크에서 악어들을 살게 했다고 합니다.

(와우....;;; 근데 까르띠에가 디자인을 좀 뭉개놓고 데포르메를 심하게 해서 납득은 가네요...)

성장한 악어 두 마리가 까르띠에 부티크를 파괴했다는 전설이 없는 걸 보면

다행히 그 전에 디자인이 확정된 모양입니다.

착용 샷은 이런 식으로 됩니다.

 

이제 기나긴 여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전시물입니다.

이번 까르띠에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일본에서 가져온 생활 유물? 같은 걸 오브제처럼 주얼리와 함께 배치했다는 점인데요...

 

이건 한쪽 벽면 전체에 등나무꽃 배경을 깔고

일본의...쇼군 시대의 나무로 만든 뭐시기에 

까르띠에의 팔찌를 걸친...그런 전시입니다.

목검이었나?

(아니 뭐, 설명문이 없으니 일자무식인 저로서는 뭘 의미하고 이런 걸 배치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말입죠...)

뭐, 서양 애들이 일본 문화에 헤벌레한 게 일이백 년 이야기도 아니고

뭔가 예술적인 의미를 전달하고자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물건들을 함께 배치한 건 알겠습니다만,

이걸 본 제가 생각한 건 딱 하나였습니다.

 

'이게 혹시라도 일제 시대에 조선 착취나 야스쿠니 신사 옹호 세력과 관련 있는 집안에서 나온 유물이면 대박이네.'

뭐, 그랬습니다.

팔찌는 좀...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아라비안 나이트 영화에서 소품으로 나올 것 같은 디자인입니다.

목검인지 나무 막대기에 저렇게 매달아놓으니 더더욱 의미를 알 수가 없네요.

나가는 길에 있는 감사의 말.

그리고 이 전시에는 도록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음...전 패스.

그리고 노트도 있었습니다.

이거 좋더라고요.

다만 저는 집에 수첩이 썩어나는지라...

저 오팔 팔찌 사진 엽서(2500원)만 한 장 사고 말았다능...

 

이걸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후기가 끝났습니다.

중간에 다른 일들이 있기도 했고

양이 많아서 오래 걸리다보니

나중에는 사진 찍을 때의 상황이 기억이 안 나서 좀 고생했습니다.

이래서 독후감은 바로바로 써야 하는데...

 

저명한 주얼러들 시리즈로 돌아가고 싶지만

다음은 다미아니 100주년 전시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ㅠ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