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본론입니다.
저는 이걸 보기 위해 이 전시회를 예약한 것입니다.
189캐럿짜리 호주 그레이 오팔이 세팅된 팔찌.
에티오피아 오팔에서는 아주 드문 크기가 아니지만
호주 오팔에서는,
특히 커팅이 끝나 완성된 상태의 나석으로서는 정말 극히 드문 크기입니다.
붉은색 계열은 그다지 없지만
역시 희귀한 보랏빛 섞인 푸른색이 들어 있고
전체적으로 모암이 위로 올라온 포치 라인이 곳곳에 번개처럼 있습니다.
음...
조명 때문인가? 변채가 좀 부족한 듯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은 보통 이런 상태라서..
뭐, 오팔 같은 걸 촬영할 때는 전후좌우로 조명을 비추어 오팔의 변채를 최대한 드러낸 상태에서 촬영하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실내광에서 볼 때랑 태양 아래에서 볼 때랑 촬영 조명 아래에서 볼 때랑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큼 변채가 훌륭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주 오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니까...
보랏빛 섞인 변채를 고려해 양 옆에 자수정을 세팅한 것도 너무 잘 어울립니다.
아니, 근데...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멀리 전시한 거냐! 까르띠에!
잘 안 보이잖아!
예술적인 전시 분위기, 뭐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
유리벽 너머 얼마나 가까이에서 그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느냐가 주얼리 전시의 핵심이라고!
저 쪼끄만 걸 예술적인 오브제처럼 멀리 전시하지 말란 말이다!
핸드폰 카메라가 이상해서 4~5배 줌은 초점이 잘 안 먹히는데
10배 줌은 또 잘 되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아니, 이상한 건 이 상황 자체다!
주얼리 전시에서 누가 전시물을 카메라로 10배 줌을 해서 봐야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음. 좋군요.
오팔을 감싼 세팅도, 팔찌를 이루는 부분의 기하학적인 패턴도 좋습니다.
근데 멀어!
벽 한 면을 통째로 차지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전시 공간의 두께가 두꺼울 필요까진 없었다!
주얼리라고. ㄱ=
디테일이 생명인, 0.1mm 차이가 보석 세팅의 가능 여부를 가르고
난발 하나, 조각 한 땀, 0.2 캐럿짜리 멜리 다이아가 가격의 자릿수를 바꾸는 세계라고.
...크기 외에는 어떤 욕망도 충족되지 못한 관람이었습니다.
아무튼 다음 챕터로 넘어가서...
이런 하이 주얼리 전시의 핵심!
바로 디자인 드로잉입니다. /박수
아, 이런 전시는 오팔 작품 빼면 디자인 드로잉 부분이 제일 재밌어요.
이집트 투탄카멘 파라오의 무덤이 발굴된 것은 1922년입니다.
그 뒤로 그야말로 이집트풍이 대유행을 했죠.
이집트 카이로의 프랑스 박람회 전시 카탈로그라고 하네요.
아래는 로마 숫자로, 1929년이란 뜻입니다.
표범 디자인을 위한 동물 습작 스케치도 있습니다.
네, 이런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구현되길 원했는데 말이죠.
특히 표범 특유의 눈과 콧잔등에서 코까지 이어지는 선이 뚜렷한 걸 기대했는데...
전부터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런 비대칭 목걸이...무게 때문에 가장 무거운 부분이 제일 아래로 처질 수 밖에 없는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요?
저 꽃 뒤에 브로치 핀 같은 게 있다면 납득하겠지만...
난초...
난초도 주얼리 디자인에 자주 사용되는 주제입니다.
투티 프루티 디자인화.
아까 전시물들 중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정말로 독보적인 디자인입니다.
제게는 투티 프루티 자체가 하나의 주얼리 장르처럼 느껴집니다.
에메랄드에 바게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반지 디자인 스케치.
멋진 시계 스케치도 있군요.
이건 실제로 구현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디자인 스케치에 머물렀을까요?
실제 있다면 꼭 보고 싶습니다.
산호...나 콩크 진주를 쓸 것 같은 목걸이 디자인입니다.
저는 막대 양 옆에 구슬이 붙는, 아령 같은 디자인은 그다지 취향이 아닌 것 같네요.
구멍을 뚫어 비드로 만든 에메랄드를 사용하는 목걸이.
오와 열을 맞춰서 저렇게 알약처럼 늘어놓으니 뭔가 좀...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미스터리 클락의 설계도.
어라?
시계판이 회전하는 게 아니라 분침과 시침이 얇은 기둥 위에 배치되어 있네요.
시계 태엽 구동부가 아래에 있는 것까지는 예상했는데,
그 외 다른 부분은 모르겠네요.
저 빗금 친 부분들은 뭘까요?
아, 유리나 수정과 공기의 굴절 차이를 이용해서 가운데 기둥을 안 보이게 만드는 방법인가요?
보석 도마뱀 스케치.
보석을 제외한 부분이 매우 세밀하고 데포르메 되어 있지 않아서
도마뱀을 잘 아는 분이라면 무슨 종류일지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고...
설마 이것도 10편 넘어가나?
아무튼 곧 또 다음편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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