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이 시리즈를 더 끌 순 없을 것 같아서 남은 사진을 다 때려부어봤는데...
90장....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
그럼 마지막에서 두 번째 편, 시작하겠습니다.
거는 형식의 등불을 모티브로 한 목걸이 시계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시계는 어느 부분인 거지?
중앙의 둥글넙적한 수정이 가장 의심스럽네요.
저걸 치우면 위를 향해 있는 시계면이 보일 것 같습니다.
'인로'라고 써있지만 아마 저건 우리말로 '인롱'을 말하는 걸 겁니다.
'도장(인)을 넣는 농(롱)' 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근데 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 전시 같은 곳에서 이 '인롱'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 만화에서는 한두 번 봤어요.
아무튼 인롱 모양을 흉내낸 시계라고 합니다.
어떻게 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색다른 양식의 회중시계라는 거겠죠.
저 사슬과, 끝에 있는 둥근 열매 같은 걸 보니
끈허리띠 같은 데에 저 둥근 열매를 끼워서 매달고 다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계 화면은 미닫이문처럼 옆으로 비틀어서 열 수 있는 게 아닐지...?
목걸이.
음...약간...토끼풀 꽃과 잎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극도로 단순화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디자인입니다.
보석이 이쁘기는 한데...디자인적으로 감명 깊냐 하면 저는 딱히...?
반클리프앤아펠 전시회에서도 나왔던, 이집트풍 디자인입니다.
다만 제작자는 다른 사람이네요.
반클리프앤아펠보다 좀 더...이집트에서 벗어나 자신의 해석을 곁들인 티가 납니다.
다만 제가 감탄한 건 사진 중앙에 있는 파라오의 지팡이를 비롯한 실선 같은 구성요소들의 섬세함입니다.
보석을 가득 세공하면서 저렇게 가느다란 선을 또렷하고 곧게 남기려면 얼마나 숙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 걸까요.
오, 이건 조르주 푸케 상점에서 나온 거군요.
시계줄이 조금 언밸런스한 것 같지만 어쨌든 시계와 그 주변 부품들의 디자인이 멋집니다.
멋진 펜던트. 까르띠에 거네요.
화병은 아주 옛날부터 풍요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자연에서 고르고 고른 아름다운 것들을, 인간이 만든 용기에 모아놓는다'
써놓고 보니 확실히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것 같네요.
이건 반클리프앤아펠 거네요.
이전 소유주가 에드워드 프랜시스 허튼이라고 표기해놨길래, 대체 누구길래 다른 팻말에는 없는 전 소유주를 써놨나 했더니...
한때 미국 최대 금융회사의 창립자였군요.
사이즈가 다른 마퀴즈 다이아몬드들을 배열한 모습이 마치 밀이삭 같습니다.
실제로는 뭘 모티브로 한 건지 모르겠지만요.
씨가 가득 박힌 해바라기...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한 디자인은 반클리프앤아펠이네요.
이리저리 오그라든 꽃받침의 채널 세팅이 아주 훌륭합니다.
입체적인 모습이 하도 인상 깊어서 옆모습도 찍어 봤습니다.
이제 주얼리 전시회를 좀 구경하다 보니 '클립'과 '브로치'가 다르단 건 잘 알겠습니다.
근데 '클립'은 정확히 어떻게 착용하고, 왜 브로치를 쓰지 않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클립은 말그대로 '찝는' 것인데...얼마나 강하게 옷감을 붙잡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찝는'다면 착용할 수 있는 부위는 옷깃만으로 한정됩니다.
브로치가 아무래도 더 떨어질 염려 없이 안정감 있고 착용할 수 있는 부위도 다양한 거 아닌가...
구경하면서도 몇 번째인지 모를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꽤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이네요.
자기 옆모습을 남에게 선물한다라...
다음.
에그렛, 에그레트라고 부르는 머리 장식의 일종인데...
이건 그걸 브로치 겸용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아니 근데 제작 연도가 1780년??
제가 알기로 이건 원래 터번 장식에서 유래된 겁니다.
인도에도 온갖 보석으로 화려하게 꾸민 터번 장식이 있었어요.
물론 남성용이었죠.
그게 서양에 와서는 여성의 머리 장식이 된 것 같습니다.
원래는 깃털을 꽂던 게, 나중에는 깃털 모양으로 보석을 세공하여 소형화, 단순화된 것 같네요.
특이하게도 밀이삭을 모티브로 한 티아라입니다.
보통 '왕관'이라고 번역하는 crown과 티아라(tiara)의 차이를 쳐봤더니
왕관은 완전한 원형으로 머리에 쓰는 것이고,
티아라는 오픈된 부분이 있어서 머리에 '끼울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아는 한, 티아라는 보통 여성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권위보다는 아름다움이 주된 기능이고요.
왕관은 권력을 상징하며 남녀 모두가 끼지만요.
보통 티아라는 우아하게 만들텐데, 밀이삭이라니... 독특하네요.
이탈리아어로 '플로렌티아'가 '꽃'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으니까 정말 어울리기는 한데...
정말 위로 높이 솟은 크기가 티아라보다는 왕관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웅장하네요.
다음 티아라는...
음...왜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걸 보면서 왠지...
물랑루즈 같은 곳의 무용수들이 머리에 끼는 헤드드레스 장식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저....형태가 좀...카니발 장식 같은 느낌이 좀...
마침 제작 시기도 1910년이니 플래퍼걸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다시 확인해보니 플래퍼는 1920년 대네요.
하지만 왠지! 비슷한 거 같은!!
아까 밀이삭 티아라와 세트일까요?
아니면 그냥 그때 유행했던 모티브일까요?
각각 1810년과 1830년이니 시간 차가 20년이나 되는군요.
아까 건 티아라이고 이건 에그레트니 뭔가 연관이 있을것만 같습니다.
꽃에 이파리까지 있는 티아라네요.
머리에 끼우는 테에서 상당히 높이 올라가는 걸 보면
높게 부풀린 머리 스타일을 위한 게 아닐까 합니다.
올백으로 착 가라앉힌 머리 스타일에는 저 다이아몬드 꽃과 잎만 동동 떠다닐테니까요.
아니, 잠깐.
티아라라고 하지만 사실은 머리띠처럼 수직으로 쓸 수도 있지 않나?
밀이삭 모티브가 유행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다만 이번에는 터키석을 썼다는 거!
푸른 밀이삭이라니...
조금 이상하지만 어쨌든 사용된 터키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품질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터키석은 대부분 물결 같은 무늬가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하이엔드급에서 쓰는 최상급 터키석은 하늘처럼 맑고 새파랗고, 아무런 무늬도 잡티도 없습니다.
훌륭합니다.
/짝짝
그리고 정말로 신기했던 티아라입니다.
바로 산호 티아라!!
심지어 귀금속 테에 산호를 '세팅'한 게 아니라
산호를 엮듯이 만들어진 티아라입니다.
이런 건 정말 본 적이 없습니다!
대단해!
쓰인 산호의 품질도 훌륭합니다!
일본어로 '아카'라 불리는, 피처럼 붉은 산호는 아니었지만
티아라니까 오히려 이런 색이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이 모양으로 피처럼 붉은색을 해서 쓴다면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너무 멋져서 근접샷으로 하나 더 찍었습니다.
산호 가지 아래에 구멍을 뚫어서
머리테에서 뻗어나온 선에 꽂는 식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멋져...
자수정 세트
팔찌. 브로치.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양 옆에 있는 게 쌍 반지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위에 머리카락을 틀어올려 뒤쪽에서 앞쪽으로 꽂는 식의 티아라까지 포함하면
풀 파뤼르 세트 완성입니다!
음...
훌륭한 자수정의 품질,
금색과 보라색이라는 색의 조합,
아름답고도 박력 있는 디자인까지.
훌륭합니다.
자수정은 정말로 색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자수정은 채굴지가 같거나 커다란 수정 하나에서 나온 거라면 색깔 차이가 크지 않긴 합니다만.
(아니, 이건 오팔이 너무 차이가 커서 제가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그래도 이 정도로 동일한 색감과 농도에, 이렇게 큰 크기로,
이 세트를 완성할 정도로 많은 보석들이 모인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아름답군요.
자수정 다음은 황수정 세트였습니다.
...주문한 사람이 같거나 제작자가 같은 건가??
둘 다 일수도 있겠네요.
티아라는 역시 머리에 수직으로 꽃는 타입.
황수정과 금이라니...노랑노랑하네요.
화려합니다.
팔찌, 목걸이, 귀걸이, 티아라로 4종이니 파뤼르 완성이네요.
멋지긴 하지만 너무 노랑노랑하지 않나?
이런 대작에 은을 쓰기도 뭐하긴 합니다만...
저는 파랑둥이라서 노랑이랑 친하질 않아서 과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작된 대작은 품질과 디자인이 모두 무시무시합니다.
훌륭하네요.
제작에 대체 몇 사람이 달라붙어서 얼마나 걸렸을지...
파뤼르에 대한 걸 복습해보자면,
뭐든 3종 이하는 데미 파뤼르(demi-parure),
4종 이상은 파뤼르로 치는 것 같은데...
파뤼르 완전체는 머리부터
티아라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팔찌
반지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총 구성 요소는 6가지인가?
풀 세트라...이런 것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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