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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행사

전시- 반클리프앤아펠: 시간, 자연, 사랑 2편

by Yeonwoo8310 202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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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감문 2편입니다.

데포르메를 거친 표범 브로치입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일반적인 좌대 같은 것이 아닌,

거치대가 붙은 막대기 끝에 전시물을 설치하고

3면이 유리로 된 케이스에 넣음으로써

전시물의 옆면과 뒷면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반클리프앤아펠.

최고에요, 반클리프앤아펠.

제가 뒷면 보고 싶다고 징징거린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ㅜ /또르륵

 

이것도 뭔가 모티브가 된 동물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요.

어릴 땐 다큐멘터리 좋아해서 줄줄이 외웠는데...

양이나 염소 등의 가축 같지는 않고...

야생 사슴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아이벡스(ibex)인가?

발굽 표현이 좋네요.

따봉을 하고 있는 세 인물이 그려진 인장 펜던트입니다.

완벽한 원형이 아닌 찌그러진 모습하며

고대 느낌이 물씬 나네요.

참고로 옆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뜻밖에도 위쪽 고리가 반원 모양이네요.

 

점박이 표범 목걸이.

멋집니다.

옥이나 오닉스, 제트 같은 보석들은 크기가 크게 산출되기 때문에

이렇게 통으로 깎아서 많이 씁니다.

그리고 그 위에 살짝 구멍을 뚫고 다른 보석을 본드로 박아서 장식하기도 하죠.

문제가 있다면 그런 세공은 유치하거나 고루하거나 과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옥 위에 큐빅 박아놓은 장식품을 보신 적이 있다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펜던트는 전혀 그런 것 없이,

고리 모양이 이국적이면서도 형태가 아름답고

금색과 검정색, 흰색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하...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유독 반클리프앤아펠이 나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이 목걸이도 오닉스를 안쪽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나사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난발이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 세팅을 개발한 것도 그렇고

오로지 보석만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보석을 가리거나 디자인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거추장스러운 세팅 장치를 없애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깃털이 다소 없어보이지만 색조합은 멋진 새 ㅋㅋ

옆에서 본 모습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장승,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의 외국 버전입니다.

에나멜 채색입니다.

뒷면은 세로로 된 브로치입니다.

위쪽 1/3 지점의 날개 부분에 가로 브로치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세로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카우보이 시리즈입니다.

태슬 달린 가죽 바지, 밧줄, 총에 모자까지. ㅋㅋ

여담이지만 저렇게 가죽 끝을 가늘게 세로로 잘라 끈처럼 만든 뒤에

서로 맞붙이고 가죽끈을 묶으면

가죽옷이 벌어지는 일 없이 오래간다고 하더군요.

장식적인 요소도 있지만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네요.

특이하게도 실사에 가까운 입체가 아니라,

판재를 구부려 만든 만큼

종이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은 만화적 느낌이 듭니다. 

꽤나 코믹하고 유쾌한 카우보이 삼형제입니다.

뒷면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저 사각형은 브로치 핀이 아니라 거치대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허리띠 장식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게 별로 없지만 외국에서는 벨트 버클 장식이 꽤 오래되고 인기 있는 장신구입니다.

근데 이건 좀...너무나 강력하군요.

뒤는 이렇게.

벨트 가죽을 통과시키면 간단하게 장착할 수 있습니다.

고대 신전에서 출토될 것 같은 유물.

금판의 주름도 그렇고

금선을 모아 이은 땜 자국이 그대로 남은 것도 그렇고

정말 원시적이면서도 강렬합니다.

하지만 뒷면은 매끈하네요.

마찬가지로 비슷한 토템 브로치.

아랫부분에 금판 주름진 거 하며...ㅋㅋ

압연기에 올리지 않고 일부러 울퉁불퉁한 면에 녹인 금을 부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도 비슷한 맹금류 토템 세트입니다.

귀걸이인데 금판 세 개를 따로 제작한 후에

0.7mm 이하로 보이는 가느다란 금선으로 연결하여서

죽간 연결해놓은 거 같은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저렇게 연결해놓지 않았다면

저 판 세 개가 서로 움직이면서 부딪쳐서

저렇게 부채 같이 펼쳐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세공이 화려한 목걸이.

최근에 인터넷에서 색 인식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진처럼

금색과 푸른색은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존재감 넘치는 펜던트가 없어도

세밀한 세공이 아름다운 목걸이 줄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좀 ...덜 원시적인 펜던트가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압박감 넘치는 얼굴...

뒷면은 이렇게 속이 비어 있습니다.

저는 세공을 배우기 전에는 생산비를 줄이면서 가격은 높게 받으려는 상술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한 단면만을 보고 하는 미숙한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입체적인 주얼리의 속이 비어 있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첫째는 귀금속의 비중이 높은편이기 때문에 무게를 줄여서 착용자의 피로를 경감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주얼리를 십 분이나 한 시간만 착용하고 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행사라고 해도 몇 시간 이상을, 일상용 주얼리라면 하루 종일 24시간 착용하게 됩니다.

겨우 몇 그램, 몇 십 그램 차이라고 해도 무게에서 오는 피로는 상당하죠.

그게 귀나 목 같이 예민한 부위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둘째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하지만 금이나 은은 비싼 귀금속이고, 많이 들어갈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그리고 주얼리는 그 형태가 미적인 가치를 지니는 한,

"무게"보다는 "아름다운 모습"에 더 비중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가격과 무게 같은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번째는 항상 그런 건 아닌데,

뭔가를 넣어두기 위해서 입니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데서 가끔 나오는, 독약을 넣어두는 반지도 있고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알버트 공이 사망한 뒤에 유행시킨,

죽은 이를 기리는 물건(머리카락이나 사진 등)을 넣어두는

애도용 주얼리가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걸로는 그림이나 사진을 넣을 수 있는 로케트 목걸이가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걸로 이제 겨우 전시회에서 본 작품 이야기가 발을 떼었네요.

사진 분량을 보면 한 네 편은 더 떠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년 4월까지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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