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바로 3편 시작합니다.
원뿔이라는, 극히 단순한 형태만으로 이루어진 주얼리입니다.
귀걸이, 반지, 팔찌, 목걸이 4 개가 세트입니다.
제 취향은 아니지만 세공이나 장식 하나 없는 이런 단순한 형태는 그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지요.
다만 그만큼 이런 걸 제대로 소화할 사람은 드물지 않을지...
반지는 옆에서 보니 마치 버섯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속이 빈 원뿔형이라 그런지 팔찌는 잠금 장치가 좀 떠 있는 형태였습니다.
원뿔의 뒷면을 정교하게 투각한 판으로 덧대어 막았으면
겉은 투박한 민짜 원뿔, 안쪽은 화려한 투각이 되었겠지만
그만큼 무게도 늘어났을테고...
안쪽은 볼 일이 없을테니 크게 상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건 일본 쇼군 시대와 관련된 물건 같더군요.
옆면과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화병을 모티브로 한 보석 목걸이.
동아시아 문화가 물씬 느껴집니다.
참고로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뒷면이 반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보석을 고정하는 난집의 뒤가 뚫려 있기 때문으로,
정확히는 정교하게 뽑아낸 금속 난집이 보석의 옆구리를 살짝 위아래로 넘치게 감싸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보석의 형태가 다 다르다는 걸 감안하면 실로 정교하게 어느 한쪽도 비틀리거나 모자라지 않아야
저 많은 조그만 보석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잘 물려들어가게 됩니다.
어느 부위에 얼만큼의 공간이 있어야 하는지 미리 계산하고
세팅할 때 얼마나 고르게 힘을 가해야 하는지 기술이 몸에 익은 장인만이 가능한 작품이죠.
그 섬세한 작업과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보석과 금실로 만든 핸드백입니다.
실제로 꽤 사용하였는지 보석들의 겉부분에 흠집이 꽤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얼추 보인 보석들의 경도에 따라 흠집들이 격차가 있다는 거였죠.
보석에 실구멍을 내서 꿰매붙인 건 아니고,
보석 자체는 금속 베젤 난집에 물려놓고
그 난집 위에 저렇게 금사로 수를 놓은 것이었습니다.
핸드백의 뼈대가 되는 판 위에 보석 난집을 붙이고
그 위에 딱 난집 크기 만큼 구멍낸 천을 씌운 뒤에
그 위에 수를 놓았을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런쪽에 대해서는 무지하니까요.
실제로 그럴지는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만들었든 간에 이 핸드백은
굉장히...고풍스럽고 화려하고 확실히 요즘에는 하지 않을...오래된 패션의 향기가 느껴지는 물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찬란하다거나 천박하게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루비와 에메랄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의 4대 보석이 모두 들어간 목걸이입니다.
투티 프루티와 마찬가지로 이 보석들의 색 조합은 꽤나 맛있는 젤리 같아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뒷면은 저렇게 생겼습니다. 난집을 받치는 테가 들어갔군요.
잠금 장치 또한 좀 독특해 보입니다.
앞면이 보석이 가득한 주얼리라면
뒷면은 햇빛이 비치는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느낌입니다.
페이즐리라는 디자인에서 따온 브로치입니다.
페르시아 전통 문양이라고 하는군요.
우리나라도 옛날에 몸빼바지나 이런 데에 이 문양 패턴을 많이 썼죠.
뒷면 역시 깨끗하게 열려 있는 세팅입니다.
에메랄드를 쓴 문양.
뒷면을 보면 보석을 받치고 고정하는 난집 밑에 또 다른 골격이 있어서
난집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게 하여
마치 유리 온실처럼 공간을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뭐였는지 모르겠군요.
다만 가장 겉에 있는 사파이어로 보이는 원석이 일반적인 구형이 아니라,
구멍을 뚫은 비즈형이라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제 세공이라는 국립공원의 입구에서 입장료 내는 줄에 선 저로서는
저 작품들이 어떤 디자인 과정과 어떤 기술과 어떤 실력으로 얼마나 시간을 들여 만들어졌는지 간신히 올려다볼 수만 있을 뿐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제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것들을 정리해보자면,
하이주얼리란
은이 아닌, 금과 백금족의 귀금속만을 사용하고
준보석이 아닌, 귀보석을 물리는 주얼리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 더 하자면 앞면과 뒷면이 모두 아름다운,
지극히 엄격한 미적 기준이 들어간 고유한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을 가진 뛰어난 인력, 시간이 들어간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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