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반클리프앤아펠 전시는 유료였습니다.
"디뮤지엄"에서 진행되며 할인 없이는 12,000원입니다.
저는 디뮤지엄 회원 가입 기념 50% 할인 혜택으로
반값에 보고 왔습니다.
전시는 3층부터 시작해서 4층을 보고
2층에 전시책자가 있는 휴식 라운지로 안내 받습니다.
이번 전시는 유료인만큼 전시한 주얼리의 볼륨이 꽤 있습니다.
각 섹션별로 주제도 있습니다.
크게는 시간, 자연, 사랑이고
거기에서도 또 세부적으로 나뉘지만...
뭐, 작정하고 표지판을 찍은 건 아니라서...
아무튼 1900년 대 초에 만들어진 작품부터 시작합니다.
유럽도 꽤 큰 지역이고 문화 격차가 있으므로 정확하진 않지만
약 1800년 대 후반부터 1900년 초반이 아르누보의 시대이고
1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섞이며 그 이후 아르데코,
2차 대전 식으로 시대가 흘러갑니다.
반클리프앤아펠이 설립된 건 1906년이라고 합니다.
다만 전시물들의 제작연도를 정확히 찍은 건 아니라서
시대의 디자인 주류에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게다가 반클리프앤아펠은 흐름을 앞서가면 갔지
따라간 적은 별로 없으니까요.
유명한 보석 얼굴로 된 브로치.
여기에서는 "클립"이라고 부르더군요.
정말 재밌었던 팔찌.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이 생각나기도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 아이디어도 좋고 발랄한 디자인도 좋았어요.
비슷한 버전으로 목걸이도 있습니다.
깨발랄합니다.
가볍고 동화 같지만 유치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반클리프앤아펠은 이런 아이디어 컨셉이 너무 좋습니다.
둥근 가방을 메고 가는 사람.
우체부일까요...?
저 둥근 가방은 해당 문화권에서는 바로 인식할 수 있는 어떤 직업의 상징물이 아닐지...
개선문을 배경으로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지난 "사랑의 다리에서" 전시에서도 나온 적 있던 시계입니다.
시간이 되면 두 사람이 다리 위에서 만나게 되죠.
이것도 뭔가 다리 아래 흐르는 물결을 형상화하여 반복하는 패턴인 것 같더군요.
좀 형이상한적인 구조라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디자인의 귀걸이.
같은 디자인의 목걸이.
폭죽....같기는 한데...확신할 수는 없고...
반지.
하이주얼리다 보니까 하얀 보석은 거의 대부분 다이아몬드입니다만...
저 노란 것도 다이아몬드인지는 모르겠네요.
인도의 골콘다 광산이 폐업한 이후로
세계에서 "완전한 무색(등급명 "워터: water)" 다이아몬드는 매우 희귀해졌습니다.
킴벌리 광산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다이아 광산에는
질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희미한 노란빛을 띱니다.
물론 이렇게 선명한 노란빛도 보기 힘들죠.
지퍼 디자인 목걸이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저대로 세팅된 목걸이입니다.
하지만 목 사이로 흘러내리는 금빛 광채의 폭포수가 잘 보입니다.
파리의 방돔 광장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는,
주얼리의 메카입니다.
그나저나 건물과 탑에는 힘을 잔뜩 줘 놓고 구름 표현이 낙서처럼 가벼운 게 킹받네요. ㅋ
방돔 광장의 탑.
항공뷰로 방돔 광장을 표현한 팔찌 참(charm).
다이아몬드를 박아놓은 부분이 반클리프앤아펠 매장이 있는 곳일까요?
팔찌 사슬도 독특하기 그지 없습니다.
큰 사슬을 만들고 꼬아놓은 금사를 둘러서 땜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아마...
마다가스카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나?
설명문에 써있었는데 안 찍어놨고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잘 보시면 알락꼬리여우원숭이 같은 애들이 네 마리 매달려 있습니다.
옆부분도 밋밋하지 않게
드레이프처럼 둘러놨습니다.
원숭이들이 없었다면 조금 밋밋하고 구태의연한 디자인이 됐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붉은색과 녹색 사이에 있는 블랙앤화이트 꼬리가 핀포인트네요.
다음은 이집트 모티브 디자인입니다.
정말, 정말 멋진 디자인입니다.
이건 카탈로그든 홈페이지든 어디선가에서 봤지만
이건 처음 봤습니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이집트 벽화의 구도와 자세에서 벗어나다 보니
"이집트"란 이미지의 틀에서 살짝 어긋난 감이 있습니다만...
쩔어주는 팔찌.
하...
보석의 배치, 보석의 커팅, 색상, 형태, 어디 하나 나무랄 곳 없는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팔찌의 옆부분.
저 날개를 펼친 여성이...
아마 이시스일텐데...
이시스는 후에 저승의 신이 된 오시리스의 아내이자 호루스의 어머니입니다.
그 팔찌의 더 옆부분...
더더 옆부분...
이제 반대편....
네...따로 유리장으로 분리되어 있는데다가
3면이 투명이었기에 빙글빙글 돌아가며 찍었습니다.
반클리프앤아펠의 이 이집트 모티브가 멋진 이유는
벽화를 주얼리로 매체를 옮기면서
"너무 이집트 벽화 같아서 어색한 모습"과 "너무 주얼리 같아서 이집트 답지 않은 모습"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은이나 금판 위에 이집트 벽화 그대로 선을 붙이고 색깔대로 칠해 칠보처럼 만드는 건 간단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잘라 옷 위나 피부에 붙인 듯한,
씹덕 티셔츠나 패션 주얼리 같은 모습이겠죠.
하이 주얼리로서 보석을 넘치게 사용하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고
반클리프앤아펠의 정체성과 이집트 모티브를 잘 조화시킨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찍어온 사진이 너무 많아서....이대로는 대여섯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이 전시는 2024년 4월 14일까지 진행됩니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고 시간과 입장료가 있으시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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