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랄리크, 알폰스 무하에 이어서 아르누보 시대에 아르누보 주얼리의 상징과도 같은 조르주 푸케입니다.
생몰연도는 1862년과 1957년이군요.
보석상을 하는 집안이었고 서른살 즈음에 가업을 이어 받은 뒤,
사십 대에 알폰스 무하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한 보석 상점을 파리 루아얄 거리 6번지에 열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상점이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상점의 인테리어는 현재 파리의 까르나발레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알폰스 무하가 디자인한 보석 상점을 좀 보고 가시겠습니다.
무하의 디자인 스케치 중 일부.
전시 공간 입구로 보이는군요.
문 위 상인방에 G. Fouquet 라고 쓰여 있습니다.
무하 디자인다운 장신구를 들고 있는 여성의...조각?
들고 있는 목걸이 줄이 뒷판에 붙어 있지 않고 허공에 떠 있습니다.
이거 돌조각인가요, 아니면 주물인가요? 나무판에 석고라던가?
어느 쪽이든 대단한 표현력과 크기입니다.
빼곡하게 자리한 아름다운 장식들.
무하다운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창틀에 붙은 날개 모양 장식, 꽃 모양 장식들이 굉장합니다.
그리하여 들어가면 이런 풍경인 것 같습니다.
천장에 웬 공작 한 마리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렇게...
반 바퀴 돌아 뒤를 바라보면 이렇게...
일단 정면부터 보겠습니다.
공작 두 마리가 있군요...
저건 또 어떻게 만든 걸까요...주물일까요?
매장 입구 정면에 있는 걸 보니 고객을 맞이하는 접수대 같습니다.
좌우로 커튼이 쳐져 있고 상담실이나 직원 전용 공간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공작의 위엄...
뒤에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배치한 것도 그렇고
공작의 뒤로 펼쳐진 유려한 프레임도 그렇고
무하의 그림을 그대로 현실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공작 조각상을 설치한 벽면도 역시 두루 배경을 그려놨군요.
심지어는 그 아래에도 장식이 다 붙어 있습니다.
천장조차도 어느 한 군데 범상하지 않고, 유려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샹들리에 위로 펼쳐지는 무하 특유의 곡선이 정말 환상적이네요. 벽지 패턴 역시 기묘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저 우아한 몰딩의 나무 같은 형태가 너무 좋네요.
아까 매장 왼쪽에 있던....분수대? 인 것 같은데 어디에서 물이 나와서 어떻게 흐르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일부러 거울을 뒤에 배치하여 공간을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지게 합니다.
그리고 반대편 벽에 있는 벽난로입니다.
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벽난로가, 오른쪽에는 분수대가 있는 거군요.
이 벽난로는 정말, 정말, 정말 유명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무하를 알기 전의 저도 본 적이 있거든요.
...보통 벽난로는...내화 벽돌이나...그런 걸로 만드는데...이건 절대 그렇게는 보이지 않고...
뭘로 만들었을까요? 이게 벽난로가 맞나? 통째로 도자기인가? 법랑? 주물?
보석 상점인데 개집 같은 건 아닐텐데 말이죠...
벽난로 위에는 묘한 장식이 있습니다.
이게 뭐죠? SF 영화에 나오는 라이프 베슬 같이 생겼네요.
조명 기구가 아닐까 하는데...안에 에일리언이나 리플리가 들어 있으면 그야말로...
이건 매장 밖에서 관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용 전시관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무슨 스팀 펑크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봉인함 같이 생겼네요...
봉인함은 발받침대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제가 목조각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절대 쉬워보이지는 않는데...과연 어떨까요?
다시 거울과 조명...공간 배치로 봤을 때 아마 이 부분은 맨 처음 반입체 여성 조각상이 있던 외벽의 안쪽일 것 같습니다만 확신하지는 못하겠네요.
음...어째 알폰스 무하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되었습니다만...
정말 굉장하달까요.
저 때가 막 공장의 대량생산에 저항하여 유겐트스틸이나 아르누보 등 획일화된 제품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던 시기이긴 했습니다만...그야말로 매장 전체가 주문 제작과 특별 생산 그 자체입니다.
벽에 붙인 프레임과 청동 몰딩, 스테인드 글라스, 전시용 유리보관함, 벽화...
심지어 바닥은 모자이크예요. 요즘에도 모자이크는 전문공이 직접 해야 하지 않나요?
저 매장을 꾸미는 데만 대체 얼마가 들었을지...
아무튼 그리하여 조르주 푸케는 알폰스 무하의 디자인에 빠져서 저렇게 매장도 무하에게 맡기고, 주얼리 디자인도 맡겨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알폰스 무하로 검색하였을 때에는 나오는 주얼리가 몇 개 없었지만 조르주 푸케로 검색하면 우수수 나옵니다.
조르주 푸케도 디자인을 했다고 하는데...
찾은 것들 중에서 몇 개나 푸케 자신의 디자인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까르띠에나 부쉐론, 반클리프앤아펠 같은 하이브랜드도 외부에서 디자인을 가져와서 제품을 만들 때가 있고, 당연하게도 그 제품은 디자이너가 아닌 해당 브랜드의 이름으로 발표가 되니까요.
그러니 디자인은 무하가 했어도 조르주 푸케의 이름으로 나온 것도 이해는 갑니다.
이해는 가지만...ㅠㅠ
이건 무하가 디자인했을 것 같네요...
오, 이건 무하라고 딱 써있군요.
무하 편에서도 스케치가 나왔었죠.
이건 무하 아닐 거 같다...
오팔 박편을 이어 붙여서 만든 목걸이 펜던트 같네요.
오팔 모자이크가 참 아름답습니다.
아르누보 시대에는 오팔이 정말 인기가 좋았습니다.
호주 오팔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발견되어 여왕의 적극적인 후원(딸들에게 예물로 한 세트씩 들려주는 등) 아래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자연미를 추구하는 아르누보와 맞물려서 성수기를 맞이했습니다.
그 뒤에 백금인 플래티넘을 다루는 기술의 발전과 세계 대전, 자연미 대신 인공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르데코의 대두 등으로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습니다만...ㅜ
이 시대는 장신구에 오팔을 많이 써서 좋습니다. /행복
이것도 무하 느낌이 많이 묻어나는군요...
이건 빼박 무하 디자인이다...
이 반지도 꽤 유명합니다.
왠지 저에게는 할루시제니아(고생대 캄브리아기 동물)가 오팔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조르주 푸케는 티아라도 여럿 제작했습니다.
음...이 시대에는 돈 있는 여성들은 거의 하나씩 장만하고 다녔을테니까요.
참고로 이 시대 헤어 스타일은 이렇다고 합니다.
근데....이것도 티아라예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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