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문성 없는 제가,
공신력 없는 인터넷에서 퍼와서 살펴볼 저명한 주얼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직영점이 없는 해리 윈스턴입니다.
https://www.harrywinston.com/en
브랜드 이름 그대로, 창업주는 해리 윈스턴입니다.
본인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하고 (1932년),
그게 현재 2024년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명가"에 속하는 브랜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역사가 오래되었으면서도 아직도 살아있는 브랜드라서
창업주인 "해리 윈스턴" 본인의 디자인과 작품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 시리즈의 목적은 주얼러(디자인 또는 제작) 본인에 초점을 맞춰 생애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인데, 검색하면 현재 해리 윈스턴 브랜드의 제품들만 줄줄이 뜹니다. ㅜ
핀터레스트는 학구적인 목적을 가진 이미지 자료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의외로 이런 경우에 검색이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아니. 그냥 제가 못 찾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필 이 분은 또 자기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써갖고...검색이 쉽질 않아요...
일단 옛날 사진을 단서로 몇 개 찾긴 했습니다.
1946년 해리 윈스턴이 내놓은 주얼리 제품 광고라고 합니다.
이건 그야말로 그림판으로 사진 편집한 것 같군요...
뭐...디자인들을 보면 제 취향을 핀포인트로 저격한다거나
아르누보의 무하처럼 시대를 대표하고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그런 종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유의미한 진보를 이뤄낸 것도 아닌 것 같고요.
다만 해리 윈스턴 본인이 좀 비범하더군요.
특히 마케팅 쪽으로.
1.
해리 윈스턴의 아버지는 작은 보석상이었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1908년, 해리 윈스턴은 12살의 나이에 동네 전당포에 있던 싸구려 액세서리들 사이에서 녹색 보석을 25센트에 샀습니다.
그건 2캐럿짜리 천연 에메랄드였고, 어린 해리는 다음날 그걸 800 달러에 팔았습니다.
지금 800달러면 우리 환율로는 110만원 정도인데...아니, 이건 환율보다는 당시 800달러가 현재 몇 달러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런 건 어떻게 검색해야 알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약 120년 전에 800 달러였다면 지금 가치로는 훨씬 더 큰 돈이겠죠.
2.
해리 윈스턴은 할리우드에서 스타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194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배우 제니퍼 존스에게 다이아몬드를 둘러서 내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레드 카펫 위의 셀럽들을 광고판으로 활용했습니다.
3.
해리 윈스턴은 호프 다이아몬드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읽었던 호프 다이아몬드의 비극적인 저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마지막에 어느 보석상이 구입해서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비극이 끝났다고 마무리지었습니다.
근데...이 분이 그 보석상이었군요. 이건 좀 놀랐습니다.
근데 구입한 건 1940년 대이고 기증한 건 1958년이군요.
10년 동안 갖고 있으면서 즐길 건 다 즐겼...
4.
해리 윈스턴은 "다이아몬드의 왕"이라 불렸습니다.
그는 온갖 보석을 매입하여 장대한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1952년 라이프(Life) 잡지 기사에 따르면 해리 윈스턴의 보석 컬렉션은 영국 왕실 (윈저 가문) 다음으로 크고 중요하다고 합니다.
...영국이 오랜 세월 동안 세계 곳곳에서 빨아먹은 게 얼만데 (특히 인도에서)...그걸 사업 시작(1932년)한지 20년만에 따라잡다니...맙소사.
그 중에서도 다이아몬드를 가장 좋아하였고, 유명한 다이아몬드들을 취급했습니다.
위의 "호프 다이아몬드"는 물론이고,
726캐럿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원석이었던 존커 다이아몬드 (1934년 구입가 15만 파운드, 이후 13개로 쪼개 커팅),
윈스턴 다이아몬드(1953년 155 캐럿 원석 매입, D 컬러 FL 등급 62.05 캐럿의 물방울형으로 커팅),
레소토 다이아몬드(1968년, TV에서 라이브로 60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쪼개 18개로 나누는 걸 방영...그 중 40.42캐럿짜리 마퀴즈컷으로 세공한 레소토 3는 선박왕 오나시스가, 암살 당한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에게 약혼 반지로 선물),
68 캐럿 테일러-버튼 다이아몬드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
등이 있습니다. 솔직히 취급한 다이아몬드가 너무 많아서 이건 조사하다가 그만뒀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1955년)"의 OST인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절친" 가사 중에는 "말해줘요, 해리 윈스턴!"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https://youtu.be/Ej4c5wUbZlo?si=mpCYRsM-cdNnQbT6
5.
해리 윈스턴은 "클러스터"라고 부르는 디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1940년에 현관문에 걸어둔 크리스마스 리스에 눈이 쌓인 걸 보고는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 클러스터 디자인은 현재도 해리 윈스턴 브랜드의 시그니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십년 전에 한참 유행했던 디자인 같은데 이게 원본이었나 봅니다.
6.
해리 윈스턴은 다이아몬드를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
1935년에 구입한 존커 다이아몬드를 런던에서 뉴욕으로 보내는데 64 센트....
1958년, 호프 다이아몬드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내는데 145.27 달러...
?????
7.
해리 윈스턴은 다이아몬드를 사랑하여 수억짜리 스톤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언론이나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랬겠지...)
맨 위에 있는 사진도 주얼리를 앞세우고 뒤에 희미하게 초점이 흐려진 것이고, 그나마 그게 공개된 얼굴 사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하나 더 있는데...그게 이거.
이 이후로는 1978년 뉴욕 타임즈 지 부고란에 실릴 때까지 얼굴이 공개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조사한 주얼러인 해리 윈스턴은
기술적인 능력이나 디자인 분야보다는
훌륭한 보석을 판별하는 안목과
마케팅 전략으로 가치를 높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군요.
실제로도 해리 윈스턴의 디자인은
"보석 자체의 광채를 살리는" 쪽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이런 철학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단순히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만 따지면 제조업에 불과하지만
생필품이 아닌 주얼리를 판매하려면 이런 테크트리도 있어야겠죠.
참고문헌
https://www.invaluable.com/blog/jewelry-house-histories-harry-winston/
https://en.wikipedia.org/wiki/Harry_Winston
https://www.townandcountrymag.com/style/jewelry-and-watches/a35652506/harry-winston-jeweler-facts/
https://www.brides.com/harry-winston-legacy-51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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