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 처리석에 대하여 (훈연, smoked)

오팔을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생산지, 투명도, 바탕색 등입니다.
참고로 오팔의 변채는 매우 다양한 색을 보여주며

때로는 무지개의 색을 모두 뿜어내기 때문에
오팔을 변채색으로 분류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바탕색으로 분류했을 때
가장 가치를 높게 쳐주는 것이 바로 블랙 오팔입니다.

오팔의 변채는 빛의 반사이며,
바탕색이 어두울수록 변채가 더욱 화려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호주의 블랙 오팔을 제일로 치고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합니다.

블랙 오팔의 구조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얀 바탕을 까맣게 만들면 더 아름다워지고
더 비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호주 오팔이나 미국 오팔처럼
지층 속에서 지하수나 수분의 이동을 따라
오랜 시간 퇴적되어서 생긴 오팔은
조직이 치밀하여 다른 분자가 이동할 공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화산 활동으로 인해
급격하게 생성된 에티오피아 오팔은
분자 차원에서 보면 구멍투성이입니다.

에티오피아 훈연(smoked) 오팔은 바로 여기에 착안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종이를 태워 나는 연기를 쐬어 갈색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뒤에는 설탕 증기를 침투시킨 뒤에 황과 반응시켜 검게 물들였고
현재에는 다양한 염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미세한 염료를 침투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연(natural)이라고 써있지만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균일한 바탕색을 가진 오팔 칩들

지금은 모르겠는데
초중반기 염색 오팔의 문제는 이염이었습니다.
염색 매개체가 설탕 증기다 보니
당연하게도 물에 녹아나올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오팔을 까맣게 태운 설탕물에 절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귀인으로부터 얻은 에티오피아 염색 오팔을 물에 담가보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제공 받은 훈연 오팔들

그냥 새까맣게 보이지만 어쨌든 오팔이긴 합니다.
애초에 변채가 별로 강하지 않은 크리스탈 오팔을
시커멓게 염색하니 이렇게 나온 것 같습니다.

햇빛 아래에서 보면 변채가 보이긴 합니다만...
ㄱㅡ 사실 오팔 변채를 햇빛 아래서 확인해야만
보이는 수준이면 변채로선 최하급인 거...
https://youtu.be/4Tum-QFOruM

햇빛 아래에서는 그나마 변채가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그냥 보면 오닉스...

실내에서 그냥 본 염색 오팔은 그냥 시꺼멓습니다.

이걸 물에 담가보겠습니다!

https://youtu.be/_4dxqVnSNBU

물에 담그고 약 이틀 후, 

실제로 물 색깔이 변했습니다!

 

역시 에티오피아 오팔을 염색한 매료가 흘러나오는군요.

물의 색은 사흘이 되어도 더 진해지지 않았고

오팔도 더 색이 빠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처음 오팔에 색을 염색할 때 압력솥이든 뭐든

보석 깊은 곳까지 물들이기 위해서 특수한 방법을 썼을테니

그냥 물에 담가둔 것만으로 염료를 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물에서 꺼내어 반나절 동안 말린 뒤에

이번에는 오일에 투입! 

 

할머니 재봉틀 윤활유인데

제가 알기로는 이 기름이 꽤나 가볍습니다.

미네랄 오일인지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일단 에티오피아 오팔을 염색한 염료가 지용성도 띠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담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꼬박 사흘이 지날 때까지 오일 색깔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걸로 저 에티오피아 오팔에 사용한 염료는 수용성이며

물에 오래 담글 시 색이 빠져 나오고

장기적으로는 오팔 자체의 색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이걸로 드디어 에티오피아 염색 오팔을 실험해봤네요. +_+

루비나 에메랄드도 함침 처리를 하고
다이아몬드도 내포물을 레이저로 태워 지져 없앨 수 있습니다.
오팔을 염색 처리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처리석'이라고 제대로 표시하고 판다면 말입니다. ㄱㅡ)+

'블랙 오팔'이라는 이름값을 노려서
제대로 '처리석' 언급을 안하고 천연인 척 파는 판매자가 있으니
에티오피아산 블랙 오팔을 구입하실 때에는
주의를 기울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