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은 종류를 불문하고 수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함유량이 2%부터 20%까지 차이가 있을 뿐이죠.
가장 수분 함유량이 낮은 것은
철분을 함유한 모암 속에 형성된 볼더 오팔과
사암 속에 오팔 입자가 무수히 박힌 매트릭스 오팔 계열입니다.
둘 다 오팔 중에서 튼튼하기로 이름 난 오팔들이죠.
멕시코 오팔은 변채보다는 반투명에서 투명에 이르는 붉은 바탕색으로 유명합니다.
여기까지는 수분을 함유하고 있을 뿐이고,
한 번 오팔 내부의 수분이 유출되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오팔들의 구조가 단단하기에 내부의 수분 유출이 그리 쉽게 일어나진 않습니다.
문제는, 네.
바로 에티오피아 오팔입니다.
에티오피아 오팔은 투수성(hydrophane)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구조라서
물 분자가 산책 나가는 강아지마냥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오팔 대다수가
물에 담그면 투명해지고 변채가 바뀌는 것입니다.
또한 투수성, 물이 통과하기 때문에
물 분자가 빠져나가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에티오피아 오팔의 균열을 숨기려고 기름 함침 처리를 한 경우에는
수분이 증발한 뒤에도 변채가 원상복구 되지 않는다는
어떤 분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함침 오팔에 물이 닿으면 무거운 물 분자가 가벼운 기름 분자를 밀어내면서
오팔 내부의 기름 분자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제가 현재 함침 처리를 한 에티오피아 오팔이 없어서
아직 이 점을 실험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투수성은 매우 연약한 경도로 이어집니다.
수분은 오팔 조직의 일부로서 충격을 버티게 해줍니다.
그래서 수분을 잃어버릴수록 더 연약하고 잘 깨지게 되는데(취성)
다른 오팔이 그래도 수분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데 반해서
에티오피아 오팔은 애초에 수분을 붙잡아둘 능력이 없습니다.
에티오피아 오팔을 기름에 담가둬야 한다는 속설은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기름막을 두르면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수분이 많다면 기름이 최선의 대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주방 수세미마냥 물기가 죽 빠져버리고
그 뒤에는 약간의 충격에도,
심지어는 아무런 충격이 없어도
자기 혼자 말라 뒤틀어져서 깨져버리는 것입니다.
다른 오팔에 비해
산출되는 크기가 크고
변채도 밝은 편이고
투명하게 아름다운 크리스탈 오팔이 많지만,
물이 너무 마르면 뒤틀려 깨져버리고
물이 너무 많으면 투명해져서 변채가 잘 안 보이게 되는
에티오피아 오팔.
매우 까다로워 보이지만
모든 오팔에 통용되는 법칙만큼은 같습니다.
바로 "사람과 닿아 있는 오팔은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쨍쨍한 태양빛 아래 몇 시간이고 있거나
단단한 것에 두들겨맞거나
며칠이고 물을 못 마신다거나
뜨거운 불 위에 내던져진다던가 하는,
성경에 나오는 고난을 겪고 계신 게 아니라면
주인과 함께하는 오팔은 안전합니다.
(사방에 손발을 부딪치는 덤벙이는 예외입니다...ㅠ)
https://youtu.be/8_H2FwOYACw
또한 트리플릿 오팔, 더블릿 오팔, 모자이크 오팔 등은 보석용 본드를 사용한 접합석이기 때문에
본드가 뒤틀림을 잡아주어 수분 관리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더블릿은 한 이십 년쯤 넘어가면 갈라지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러니
오팔 쥬얼리가 있으시다면 편하게 착용하시고
실내 공간이 아닌,
보석함 내부나 장롱 속 같이 건조한 곳에 오랫동안 (한 달 이상?) 보관할 경우에는
수분을 채운 지퍼백에 넣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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