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사할 주얼러는 르네 봐뱅(Rene Boivin)입니다.
웃기게도 처음에는 메이슨 보빈 (Maison Boivin)이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이 이름을 처음 발견한 책에 음차가 그렇게 쓰여 있었거든요.
좀 오래된 책이었습니다. /웃음
"maison boivin"으로 검색해보니 뭘 착각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반클리프앤아펠이나 다른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매장을 "메종(maison)이라고 부르죠.
"메이슨 보빈"은 사실 "메종 봐뱅"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메종 봐뱅의 창시자 이름은 르네(Rene)였습니다.

발음에서 알 수 있듯이 르네 봐뱅...
제일 가까운 음차는 부와뱅일 것 같은데 일단 구글 검색 상 음차가 봐뱅이었으므로 봐뱅으로 쓰겠습니다.
발음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인입니다.
생몰연도는 1864년에서 1917년입니다.
1991년에 애스프리( Asprey)그룹에 인수되었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는군요.
그런데 주얼리 브랜드는 지금 있습니다.
르네 봐뱅의 이름을 딴 브랜드인데,
사이트에 언어가 프랑스어 밖에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르네 봐뱅에 대한 위키 내용도 불어 밖에 없어서 페이지 번역 기능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https://reneboivin.com/
René Boivin
Fondée en 1890, la maison René Boivin fait partie de ces noms emblématiques de la haute joaillerie française qui ont marqué la première moitié du 20ème siècle.
reneboivin.com
쥘 르네 봐뱅은 파리에서 태어나 형의 금세공업장에서 견습생으로 일했고 드로잉도 배웠습니다.
1890년에는 여러 작업장을 인수하여 자기 브랜드를 꾸렸고,
같은 해에는 그랑쿠뛰르, 즉 당대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폴 푸아레와 남매지간인 쟌 푸아레와 결혼했습니다.
쟌 푸아레와의 사이에서 아들 피에르를 얻었습니다.
봐뱅의 작품, 치자꽃(Gardenia).

뒤에 있는 르네의 서명.

르네 봐뱅은 부쉐론이나 멜레리오 디츠 멜러 같은 유명 보석 회사에 작품을 공급하던 주얼러로,
점차 개인 고객이 늘어나고 1900년에 사업이 성공하여 매장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1917년에 53세의 나이로 요절했는데,
외동아들인 피에르마저 사망하여
메종 봐뱅 브랜드에는
부인인 쟌 봐뱅(처녀적 이름 쟌 푸아레)만 남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르네 봐뱅의 직계는 끊겼다고 봐야겠죠.
쟌 봐뱅은 남편의 사업을 이어 받아 계속 운영했는데,
1920년 대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예술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수잔 벨페롱이라는 신인을 비롯해
여러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채용했습니다.
쟌에게는 니콜이라는 누이가 있었는데,
니콜 푸아레는 앙드레 그루라는 디자이너와 결혼하여 세 아이를 두었고
그 중 하나인 제르맹이 커서 메종 봐뱅에 합류했습니다.
아래는 르네 봐뱅 주얼리에 관한 책 이미지입니다.
...근데 이 책값이 무려 4,490 파운드.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한화로 834만원이었습니다...
진짜로 몇 번이나 자릿수를 확인했습니다.
올컬러판에 이제 절판된 책이라서 그렇다는군요.
뭐, 그렇다면 납득은 됩니다.
내용이 매우 궁금하네요.

쟌 봐뱅 부인은 1954년에 은퇴하였고,
조카인 제르맹이 회사를 물려 받아 운영하고,
또 다른 디자이너를 찾아 회사를 물려주는 식으로 이어져 내려오다가
1991년에 영국에 본사를 둔, 주얼리, 은식기, 인테리어 소품, 시계 등 왕실과 유명인들을 위한 고급 소매점 그룹인 애스프리(Asprey)에 매각되었습니다.
애스프리는 봐뱅을 인수하자마자 문을 닫고 영업을 끝내버렸다고 합니다.
그럼 현재 있는 사이트는 그렇게 사들인 봐뱅 브랜드를 되살려서 만들어낸 거겠군요.
애스프리가 다른 데에 팔았을 수도 있으니까 현대의 봐뱅이 애스프리 소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핀터레스트에서 Rene boivin 이름으로 검색하여 최대한 예전 봐뱅의 작품들을 찾아냈습니다.
표기된 제작 시기들이 1950년 대인 게 많으니까 타율은 높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낸 작품들이...
아.

좋아요.

좋네요.

취향입니다.
고양이 콧대와 눈매 표현 확실하고요.

사자 갈기가 직사각형이라니
생각도 못 해봤는데 너무 잘 어울립니다.
앞발도 도톰하니 좋군요.
녹색 눈도 좋습니다.
동물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 작품 중에
저 눈매나 콧대, 귀 같은 걸 제대로 살린 게 별로 없거든요?
근데 여긴 제 기준을 다 충족합니다.

죽순이나 솔방울 비슷한 패턴이 좋네요.

올망졸망 알이 들어찬 옥수수나 개구리알집을 보는 기분입니다.
좋네요.

이것도 괜찮아요.

이거 좋습니다.
저 체인에 매달린 부속품들이 정확히 어떻게 흔들릴지 정말 궁금합니다.

스케치인데...
좋네요.

이것도 좋습니다.

이것도 좋아요.
foxglove...디기탈리스가 모티브네요.
물방울 보석의 크기별 배치가 정말 참을 수 없이 좋습니다.

토크(torc)라고 하죠. 바이킹들이 주로 착용했던 오픈형 팔찌나 목걸이에서 유래한 스타일인데...
은선을 여러 겹 꼬아 만드는 이 방식이 좋습니다.
선을 뽑고 그걸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갈래를 나누어 꼬고, 꼬고, 꼬은 끝에
서로 뭉쳐서 다시 꼬아 만드는 거라서 시간과 기력이 엄청 들어가는 물건입니다.
모양만 흉내낸 주물이 아니라 진짜 은사를 엮어만드는 작품은 겉보기에는 단순해보여도 가격이 높습니다.
나중에 저도 만들어볼 겁니다. +_+

제가 만들려는 반지와 유사한 스타일입니다.
제 건 훨씬 훨씬 다운그레이드된 후진 버전이지만...
좋네요. 정말 훌륭한 참고 자료입니다.

더블 클립 방식이라는데 뒷면 사진을 못 구했습니다.
어쨌든 이 디자인이 좋아요.

또 다른 스케치.
좋네요.

이것도 좋아 보입니다.
반지테를 꼬인 끈 형식으로 만든 것도 좋고요.
저라면 끝에 큰 스톤과 그 윗부분을 제 취향으로 좀 바꾸고 싶네요.

이것도 왠지 좋습니다.
부채꼴 모양과 채널 세팅의 배치가 마음에 들어요.

반지...두 개처럼 보이는 한 개군요.

흠, 이건 그다지 제 취향의 종을 울리진 않네요.

이거 좋습니다.
만들기가 매우 거시기해보이는데, 그래도 좋아요.
굉장히...멋져 보입니다.

불꽃이나 날개 비슷한 디자인.
좀 오래된 느낌이 나긴 하네요.
스톤 배치나 구성을 조금 바꾸면 제 취향일 것 같은데...

오, 오팔!
반지테는 자수정을 통으로 깎은 걸까요?

이것도 좋습니다.
카보숑 스톤에 베젤 세팅은 단순하고 흔한 거지만
반지테 부분에 저렇게 주름을 주니까 또 달라보이네요.
이런 배치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이거 좋습니다.
물고기 비늘이나, 도마뱀의 피부나, 그런 뭔가가 생각나는 질감입니다.
만들려면 거기에 맞는 공구가 필요할 것 같고
난이도도 높을 것 같은데...

왠지 칼집 내서 구운 전복이 생각나는 디자인입니다.

이 외에도 더 찾아보면 많습니다만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봐뱅의 디자인은 굉장히 제 취향의 종을 울리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만들고 싶고, 생각 중이던 디자인의 상위호환이 다수 있었습니다.
주얼러나 세공사로서의 사업 방식이나 철학과는 별개로,
이렇게나 디자인을 따라하고 싶은 브랜드는 처음입니다.
찾아보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 맛에 이 시리즈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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