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아볼 주얼러는 장 방돔입니다.
생몰연도는 1930년부터 2017년입니다.
어라, 현대 인물이시네요.

나기는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아르메니아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이름은 오한 투다리안 (Ohan Tuhdarian)이었던 것 같습니다.

13살부터 보석상인 삼촌 밑에서 기술을 배우고, 파리국립미술학교에 입학.
1945년, 시립 미술대회에서 1등 상을 타고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보석학 과정을 4년 동안 받고 18세에 파리 18구에 첫 작업실을 열었습니다.
와우...월레스 찬 이후로 10대에 자기 공방 연 사람은 이 분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다만 이 때의 공방은 자기 작품을 위한 게 아니라, 다른 주얼러들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1950년에 자기 부티크를 열었습니다.
음...우리 식으로 하면 쇼룸? 주얼리샵? 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하이 주얼리 세계의 서울은 파리의 방돔 광장입니다.
방돔 광장에 매장이 있는 브랜드는 역사와 명성이 있는 하이 주얼리들이죠.
오한 투다리안이 본래 이름을 놔두고 방돔 광장을 본 따 장 방돔으로 개명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방돔"이란 성을 보고 설마 방돔 광장이 이 사람에게서 비롯된 건가 착각했으니까요.
사실은 방돔 광장이 먼저고, 장 방돔이 자기 이름을 거기에서 따온 건데도 말이죠.

추상주의를 주얼리에 주입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장 방돔은 현대 주얼리의 장을 연 인물로 평가됩니다.
프랑스 주얼리를 몸에 걸치는 예술로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또한 장 방돔은 거의 혼자서 모든 작업을 다 하는 편이었는데, 기존의 세팅법이나 스타일을 거의 따르지 않고 직접 개발했다고 합니다.
진짜 월레스 찬이 생각나네요.
천재과.

1952년에 뻬삐(Pépite=너겟 nugget, 덩어리) 시리즈를 발표하여 바로크 양식의 대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1955년에는 서볼(Survol)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을 찾을 수가 없네요)
1959년에는 로랑 히메네스 발라게르(Laurent Jiménez-Balaguer)를 만나 가족끼리 친구가 됩니다.
두 사람은 이후로 매우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군인, 예술가, 학자에게 수여한다는 영국 메리트 훈장(Merit)을 받고
1969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도 수상했습니다.

1971년에 로제 카유아(Roger Caillois)를 위한 아카데미 소드를 제작했습니다.
"아카데미 소드"란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에서 성취를 이룬 학자를 기념하기 위해서 제작하는 소드라고 합니다.
군인의 훈장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군요.
실제 검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검의 형상을 띠기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아래 사진에 나오는 건 사실 검이라 부르기도 좀 뭐합니다.
들고 휘두를 수가 없을테니까요.

실제 크기와 전체 형태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보석으로 된 장식용 검이군요.

흥미롭게도 장 방돔은 총 9자루의 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4자루의 이미지 밖에 못 찾았습니다.
이거 완전 무슨 전설의 레전드...
RPG 게임 도입부 같네요.
이 검은 드골 장군 밑에 있었고 프랑스의 외교부 장관이었던 모리스 슈만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손잡이는 수정 크리스탈로 만들어졌고,
아내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강제수용소의 철망을 나타내는 가시면류관이 얽힌 십자가 등 여러 상징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검은 프랑스 기독교 문학을 대표하는 쥘리앵 그린 작가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칼자루는 흑요석, 손을 감싸는 반구형 가드는 청금석 타일을 깔고 7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에메랄드와 루비로 만든 포도송이가, 더 아래에는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황금빛 밀이삭이 칼날에 붙어 있습니다.

이 보석검은 프랑스 극작가인 르네 드 오발디아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청금석으로 된 손잡이, 도금된 판 위에는 르네의 옆모습과 서명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 붉은 부분은 루비로 된 커튼이며, 사이로 깃펜이 보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두 아들이 가업에 참여했습니다.

예술문학 기사 훈장 수상.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Ferret 반지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Ferret는 프랑스어로 "가는 리본"이란 뜻이라네요.
디자인 스케치는 이렇습니다.

그리고 아래 반지들이 Ferret 시리즈입니다.


1998년 파리 국립자연사 박물관에서 장 벤돔 50주년을 기념하여 3개월 간 대규모 회고전을,
1999년에는 리옹 콩플루앙스 박물관에서 2차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2007년에 생토노레 거리에 있던 매장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사망하였습니다.
아니, 저 이거 본 적 있습니다.
이거랑 비슷한 디자인이 핀터레스트에 넘쳐나는데 이 분이 원조셨나요?

2021년에는 반클리프앤아펠에서도 오직 장 방돔만을 위한 회고전이 다시 열렸습니다.
아래는 당시 반클리프앤아펠이 소유한 보석 관련 학교인 에꼴에서 열린 회고전의 포스터로 보입니다.

라피스라줄리와 금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걸까요.

총 3만 여개 정도의 작품이 남아 있는데, 그 중에 디자인이 같은 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장 방돔 본인이 한 말에 따르면 작품에 담긴 고유한 감정을 복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는군요.
시대를 앞서간 주얼러로서, 장신구는 예술이지 소비재가 아니라는 게 말버릇이었습니다.
이런 면은 왠지 J.A.R (조엘 아서 로젠탈)를 생각나게 하네요.
같은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나 더요.
다만 생산량은 감히 J.A.R가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이군요.
3만개라니...

와...
조사하는 동안 정말이지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월레스 찬에 이어 또 다른 천재를 발견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건...정말로 대단한 목걸이입니다.
자수정을 써서 만든 장신구의 결정체네요.

이건 굉장히 대담하네요.

이거 너무 멋있습니다.
요즘 별조각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렇게 루틸 수정의 패턴을 조각으로 그대로 구현하다니.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이것도 멋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목걸이에서 주로 봤는데, 반지로도 이렇게 되는군요.


금침수정이라고도 하죠.
어두운 색의 옷에 이 브로치를 달면 정말로 눈에 잘 띌 것 같습니다.

마치 개미굴처럼 보이는 작품입니다.
흠..."얼음초"라고 아실까요?
국딩 시절 방학 숙제로 만들었던 건데, 우유곽에 얼음을 채워넣고 녹인 양초와 크레파스를 섞어서 부으면 이런 식으로 불규칙한 구멍이 숭숭 뚫린 초가 나옵니다.
왠지 그거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팔찌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을까요?

이것도 반지 같은데...
마치 주상절리 지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기둥들 끝에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것 같고...
멋지네요.

위는 오래된 흑백 사진 같고, 아래가 최근 사진인 것 같습니다.

이건...확실히 실제로 착용하고 돌아다니기 힘든 작품이네요.
근데 형이상학적이라 뭔지 모르겠습니다.

투어멀린에...옥일까요?
녹색에 황색, 검은색? 색상배치가 좋네요.

오, 이건 신기하네요.
루틸 수정, 즉 침수정들은 색이 세 가지 정도 있는 걸로 압니다.
내포된 침이 금색인 금침수정,
은색인 은침수정,
아래처럼 검은색인 흑침수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있는 수정 결정은 수정 안에 수정이 또 있는 팬텀 수정이네요!
수정, 즉 쿼츠는 사실 지구에서 매우 흔한 광물입니다만 이 팬텀 수정 같은 건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저렇게 선명하게 나오다니, 정말 귀한 표본이네요.



오늘은 J.A.R와 월레스찬, 두 천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거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들입니다.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참고 사이트
https://fr.wikipedia.org/wiki/Jean_Vendome
Jean Vendome — Wikipédia
Un article de Wikipédia, l'encyclopédie libre. Jean Tuhdarian, dit Jean Vendome, né à Lyon le 18 avril 1930, de parents arméniens, et mort le 9 août 2017 à Eaubonne, est un artiste joaillier. Jean Vendome naît le 18 avril 1930 à Lyon[1]. À treize
fr.wikipedia.org
Jean Vendome, reviving French jewelry
Jean Vendome was a french jeweller who became famous in the 60s and 70s for his innovative jewellery. He revolutionised the world of jewellery with modern designs that broke the mould, but also with his use of unusual stones and materials.
www.lespierresdejulie.com
https://www.lecolevancleefarpels.com/fr/en/jean-vendome-artist-jeweler-exhibition-images
"Jean Vendome, Artist Jeweler" Exhibition Images
"Jean Vendome, Artist Jeweler" Exhibition Images
www.lecolevancleefarpels.com
https://www.thefrenchjewelrypost.com/en/style/jean-vendome-a-pioneer-of-contemporary-jewelry-2/
Jean Vendome, a pioneer of contemporary jewelry - The French Jewelry Post by Sandrine Merle
How could we not pay tribute to this French jeweler who died just a short time ago? Although largely unknown to the general public, throughout a career lasting 50 years he opened many new doors for contemporary jewelry. Continue reading →
www.thefrenchjewelrypost.com
Jean Vendôme: Serving the stones without betraying them
A story of passion Jean Vendôme was born in 1930 in Lyon. He began his career at the age of 13 with his uncle, the jeweler Der, where he acquired real know-how over 5 years. At the same time, Jean is passionate about drawing and gemology. At 18, he opened
mayrenaparis.fr
https://www.vancleefarpels.com/es/es/the-maison/newsroom/jean-vendome-artist-jeweler-exhibition.html
"Jean Vendome, Artist Jeweler" exhibition - Van Cleef & Arpels
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 bring to light the universe of this adventurous creator, who, as a true artist, set about creating his own world. He bucked fashion trends with his own personal and pioneering style, which means that his pieces have perso
www.vancleefarpels.com
https://www.beauxarts.com/jean-vendome-lecole-school-of-jewelry-arts/
Jean Vendome, Artist Jeweler
Unjustly little known to the public, Jean Vendome revolutionized the world of jewelry, elevating it to the status of an art form during his sixty-seven-year career. The author of a fabulous repertoire, with over 30 000 outstanding – often unique – j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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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ecolevancleefarpels.com/fr/en/exhibition/exhibition-jean-vendome-artist-jeweler-paris
Exhibition "Jean Vendome, Artist Jeweler"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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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pées réalisées par Jean Vendome (4) | Académie française
1971 - Roger Caillois Les cinq symboles souhaités par Roger Caillois sont tous représentés par des pierres pour rappeler que l’Académicien était grand amateur et collectionneur de minéraux : la Croix du Sud sur le pommeau ; la pieuvre (l’animal
www.academie-francais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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