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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행사

전시- 반클리프앤아펠: 시간, 자연, 사랑 6편

by Yeonwoo8310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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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편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은 아직 절반...에서 조금 못 되게 남은 것 같습니다.

설마 이거 10편까지 가나? ;;;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면 사진 순서가 뒤섞이고 부담이 커서 작게 나누었는데, 조금 후회되네요.

 

아무튼, 6편 시작합니다.

 

이 전시회를 보고 나서 "이탈로 칼비노"라는 인명을 검색해봤는데

저명한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더군요.

이번 전시회에서 정말 재밌었던 구간.

바로 아이디어 스케치와 여러 제작 일지,

주물틀 등입니다.

프랑스어라 알아볼 수 없는 스케치북.

스케치를 붙여놓은 테이프 흔적이 뚜렷하네요.

투명한 셀로판 테이프가 발명된 건 1920년 대 말이라고 합니다.

미스터리 세팅을 개발할 때 썼던 것 같은 모형.

크기가 꽤 큽니다.

 

미스터리 세팅은 반클리프앤아펠에서 최초로 개발한 세팅법입니다.

 

보석을 붙잡아주는 난집은 주얼리 디자인에 있어서 필요악에 가까운 요소입니다.

보석이 그냥 금속에 붙을 리는 없으니 반드시 붙잡아 주어야 하는데,

어떤 세팅법을 사용하든 보석의 얼굴이 일부 가려지게 되고,

디자인에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리 세팅은 보석을 붙잡는 귀금속이 아니라

보석 자체를 가공함으로써 그 제약을 극복했습니다.

아래는 미스터리 세팅의 구조로,

보석 옆구리에 홈을 내어서 보석을 끼우면서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난발 없이 보석이 빈틈없이 붙어 있어

거대한 하나의 보석처럼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보석 세팅과 디자인에 있어서 미스터리 세팅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다만 미스터리 세팅은 사실 귀금속 가공이 아닌, 보석 가공쪽에 속하는지라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쪼개짐이 심한 보석, 강도가 약한 보석은 안 됩니다.

보석의 옆구리에 홈을 내고 그 홈에 귀금속을 끼워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귀금속과 보석의 결이 수직을 이루기라도 하면 보석이 쩍 갈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이 미스터리 세팅은 루비와 사파이어 정도까지만 사용됩니다.

안 그래도 다이아몬드는 잘 쪼개질 뿐더러,

내포물이 많아서 초음파 세척도 못하는 에메랄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설사 그렇다 해도...

미스터리 세팅이 주얼리 디자인에 있어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명해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디자인 스케치와 샘플.

그래서 미스터리 세팅을 이용한 주얼리로 제일 많이 보이는 건 루비입니다.

디자인 드로잉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하나 하나가 아름답고

모티브가 되는 대상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적절한 데포르메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취향에 비추어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니까요.

살아있는 식물과 동물, 신화와 전설의 주인공들,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면서도 적당히 생략된 표현 등.

제 눈에 반클리프앤아펠의 디자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왜 이런 요소를 살리고 저런 요소를 생략했을까.

이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체 어떤 배움과 감수성이 필요한 것인가 등.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았습니다.

주물 틀도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주물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귀금속 세공 기법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디자인일 때.

두 번째는 대량생산을 위해서입니다.

반클리프앤아펠은 아마도 전자에 가깝겠죠.

미스터리 세팅을 비롯해서 하이 주얼리의 복잡한 디자인은

손으로만 만들기에는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는 이 섹션을 보고 난 후에

어디를 가더라도 수첩을 가지고 다니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배운 게 일천한 데 가끔 떠오르는 아이디어마저 붙잡지 못하면

아무 것도 없을테니까 말이죠.

금강 초롱과 비슷한 형태의 아름다운 주얼리 샘플이네요.

주물틀로 보이는 석고입니다.

요즘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원통에 석고를 부어서 사용합니다만...

그 전에는 이런 식으로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스터리 세팅을 위한 부품이 있는 석고틀.

이렇게 보니 마치 화석 같기도 합니다.


살짝 족두리나 첩지 비슷한 느낌이 나는 화관 드로잉이네요.

발레리나가 머리에 쓰는 티아라 같기도 하고요.

사파이어를 사용한 미스터리 세팅 반지 디자인.

미스터리 세팅이 보석을 가리긴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독특한 표면 가공을 거친 아주 큰 하나의 통짜 보석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착각할 수 없는 독자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리본 팔찌의 드로잉.

실제 이런 세팅 귀금속을 달고도 해지지 않으려면

리본이 아주 튼튼한 천이어야 할 것 같네요.

붉은 작약 꽃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 드로잉.

이렇듯 미스터리 세팅을 사용하면

마치 보석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 같은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미스터리 세팅은

가공할 보석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입체를 구현하는 공간 감각,

정밀하게 보석의 면과 면을 짜맞추어 빈틈없이 물리게 만드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정밀성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시 섹션의 제목 "정밀성"이 더 없이 어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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