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사동에 위치한 [안녕 인사동] 지하층에서는 매주 목~일요일까지 주제를 달리해가며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마시는 차와 다구들을 주제로 티 페어(Tea Fair)를 진행했고,
이번주에는 고가구와 전통 유물들이 주제입니다.
은근 마음에 들었던 보관장.
의자.
난간이 있어서 안전해 보이는 소반.
조선 시대 남자들이 상투를 고정하는데 썼던 "동곳"입니다.
다리가 두 개짜리도 있고 여성의 비녀처럼 하나짜리도 있습니다.
다만 동곳은 비녀와 달리 길이가 매우 짧습니다.
이렇게 짧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망건 끈일 겁니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이마와 뒤통수를 망건으로 감싸고
망건 끈으로 상투를 묶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머리와 비녀만으로 고정을 해야 하는 여성과 다르게
남자는 머리를 망건 끈으로 묶을 수 있기에 동곳은 고정 역할 정도만 할 수 있는 거죠.
그래도 두발 동곳이 더 고정력이 좋아 보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것도 있군요.
분명 서민의 것일 겁니다.
장도.
특이하게 옹기를 이어놓은 것처럼 칸마다 오통통한 것도 있고
대나무를 사용한 것도 있네요.
은에 칠보로 꾸민 화려한 노리개들 사이에 있는,
오로지 세공한 대롱 하나만 달린 독특한 노리개라서 찍어봤습니다.
이런 단순미 있는 것도 좋네요.
위에 있는 팔각 통은 망건을 말아넣어서 보관하는 망건통이고요,
그 옆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양 옆에 대롱을 붙여서 끈을 달은 걸 보면
안에 약이나 작은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인롱'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은으로 된, 노리개나 구슬 목걸이 등의 부품으로 보이는 것들.
여성의 비녀
은 가락지.
이 가락지가...모양은 오동통해서 귀여울지 몰라도
껴보시면 진짜 좌우 손가락에 가하는 압박이 매우 큽니다.
손가락을 딱 붙일 수 없게 되죠...
대삼작 노리개.
이제보니 위에 고리를 다는 부분이 옥으로 되어 있었네요.
옥으로 만든 띠돈인 건지....
고미술품 조각도 있습니다.
그루브를 타고 있는.....무희?
포즈도 그렇지만
보통 이렇게 하늘의 영광을 보여주는 조각은 여성(선녀, 천녀)인데
이건 특이하게도 남자라서 찍어봤습니다.
이쪽도 포즈가 완전 범종에 새겨진 천녀 같은 형태인데
바지를 입고 있는 걸 보면 남성이겠죠.
[떼 쓰는 강아지를 다루는 우리의 모습]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매달리는 개.
개구진 표정.
해탈한 얼굴.
그리고 기린 그림이 있었습니다!!!
천도 나무를 옮기는 역할인건지...
근데 기린은 원래 뿔이 하나인 신수거든요....?
뭐...상상의 신수니까 버전이 좀 여럿 있기는 한데...
그래도 용의 얼굴에 비늘 있는 몸통, 뱀가죽 같은 배는 동일합니다.
근데 짐꾼...뭐, 선녀가 타고 가는 버전도 있으니까요...
(탈 것 아니라구...ㅠㅠ 신수란 말여...)
뿔이 두 개에 짐꾼 역할을 하고 있으니 기린 닮은 영수라고 칩시다...
호톱 노리개.
진짜 호랑이 발톱...일 겁니다. 아마도?
아무튼 원래는 진짜 호랑이 발톱이어야 합니다.
호랑이의 몸에서 나온 것이므로 재액을 막아주는 등 강력한 부적으로 여겨졌습니다.
열쇠고리....는 아니고.
보시면 가시 뽑는 집게와 귀후비개, 작은 망치(?) 등 생활에 필요한 작은 기물들을 꿰어놓은 꾸러미입니다.
그리고 제가 본 건 위쪽에 고리들을 끼우고 잠그는 장치입니다.
전에도 이 방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게 과연 튼튼할까 걱정했거든요.
지금 다시 보니 두께만 확보되면 꽤 괜찮을 것 같네요.
세공한 옥을 꿰어 만든...무언가.
전시장 담당자 분도 옥이란 것만 알지 정확히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모르시더군요.
자두? 복숭아처럼 보이는 옥이 커서 꽤나 무거웠으니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는 아니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벽 같은 곳에 거는 게 아니었을지...?
귀걸이...로 보이는 무언가.
박쥐 뒤에 구부러진 침이 있어서 귀걸이로 짐작했습니다.
섬세한 세공이 되어 있는 노리개.
당초인지 뭔지 꽃과 덩굴이 있는 곳 위에
주작인지 꼬리깃이 화려한 새가 날아들고 있네요.
안이 비어 있고 오른쪽 위에 찌그러져 벌어진 부분이 있는 걸 보면
열어서 향료를 넣어서 향을 즐길 수 있는
향갑 노리개인 것 같습니다.
속이 빈 대롱에 세공을 한 노리개 같은 것.
남성용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가지고 다니는 저울에 딸린 장식.
그냥 장식이 아니라 뭔가 도장의 역할도 겸하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담는 용도의 통들.
오른쪽은 대나무와 갈대 같은 소재에 위에 종이를 뭉친 것 같은 뚜껑이 박혀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가죽으로 모자를 씌워 막았고
세번째는 아예 금속제 통입니다.
볼 당시에는 대체 뭘 담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담배 쌈지나...불씨나...아무튼 당시 생활에 쓰는 길쭉한 뭔가를 보관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풍잠들.
저는 오랫동안 풍잠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참고용 사진들을 보면 풍잠이 갓 바깥이 아니라 안에 위치하고
심지어 갓 안, 이마선 바로 뒤쪽쯤에 위치합니다.
최근에 알았는데, 요즘 나오는 사극과는 다르게
갓은 사실 뒤통수가 아닌, 이마 중간부터 정수리 뒤쪽까지만 쓰는 물건이고
머리를 다 덮을 정도로 넓지도 않았습니다.
(모자와는 좀 다른....이마와 정수리 사이에 얹는 그런 것인듯?
이건 조선의 시기 상 패션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만...)
동양인의 두상은 뒤통수가 두텁지 않아 그렇게 앞쪽 정수리에 걸쳐진 갓이 뒤로 넘어가기 쉽고
풍잠은 그걸 막아주는...그런 것 같더군요.
동곳 2
호톱 2
비녀, 붓, 젓가락 등 옛날 물건들...사이에...
저 파란 거 보이시는지요.
저게 무려...유리펜이랍니다.
이 시대에 유리펜이라니! 이때부터 있었던 건가?!
참고로 현대의 유리펜은 이렇습니다.
방울인 줄 알았는데 은단추라고 합니다.
마고자 단추 같은 것일 듯.
(조끼도 그렇고 마고자도 원래는 각자 서양과 중국에서 유래된 의복입니다.
그래서 단추가 달려 있죠.
조선은 단추를 잘 안 썼으니까요.
그러니까 마고자는 진퉁 한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임...
다리 짧고 배불뚝이 같아 보이고 진짜 한복이랑 안 어울려...=3=)
패셔너블한 조선남의 필수품.
갓끈입니다.
종묘 제기라고 쓰여 있는데...
이건...무려 접이식 등롱인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노리개.
호랑이 발톱이 매우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호톱 노리개 중에는 이렇게...
호랑이 발톱 모양을 흉내낸 것들이 꽤 있습니다.
상아나 그런 걸 발톱 모양으로 깎은 것도 봤어요.
은과 칠보로 만든 붓!
뚜껑이 있는 걸 보면 여행용인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다음주 "안녕 인사동"의 전시 주제는 한복입니다.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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