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론의 탑
롯데 타워 내 롯데 뮤지엄에서 작년부터 열렸던 아트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회를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타령만 하고 있었는데
공방 준비 일정이 외부 요인으로 연기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다녀왔습니다.
(시간 여유는 진작부터 있었다는 건 안 비밀...)
롯데 뮤지엄 가는 길에 저런 전시물이 있더군요.
전시장 내부에도 있었던 걸로 봐서 저건 상설 설치물이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보고 있자니 썬스톤 라티스(lattice) 격자 패턴을 보는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전시에서
조명이라든가 환경이...한국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세 편 정도로 글이 나올 것 같고
마지막에도 언급하겠지만
전반적으로 환경이나 조명이 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출발해볼까요.
새까만 복도를 걸어들어가면 여러가지 장신구 작품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시장이 나옵니다.
시작은 고대 시대의 유물들입니다.
출토된 지역은 다 다릅니다.
황금관.
금 막대를 뽑아서 구부리고 거기에 세공한 얇은 금잎을 붙인 관입니다.
테가 길어 끝이 4센티 가량 교차할 정도라서
머리 크기가 달라도 금테의 탄력으로 자연스럽게 조절이 될 것 같더군요.
사진이 좀 빛이 많이 번지는데,
저는 처음에 렌즈에 손기름이 묻어서 그런가 하고 잘 닦았습니다.
돼지.
귀엽습니다.
그러고보니 이거 재질이 뭔지 모르겠네요.
돌인가? 산호?
풍뎅이 하면 스카라베, 스카라베하면 이집트죠.
옆에는 인장이었던가... 이집트어가 적혀 있습니다.
금목걸이.
꽃은 크기별로 다른 꽃을 겹쳐서 입체로 만든 거고
카카오 열매 같이 생긴 건 속이 비어 있을 겁니다.
저거 만드는 다큐를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아마 금판을 눌러서 반쪽씩 만들어서 붙여서 땜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중요한 건 저 꽃 모양 부품의 테두리를 두른 자잘한 게 모두 아주 작은 금구슬들이라는 겁니다.
정말 작습니다.
유리 너머로 눈 대중하자면 한 0.1~2 mm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돕니다.
정말 작아요...
목걸이 잠금 장치는 S자 고리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누금 세공, 외국에서는 granulation 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금구슬들을 붙여서 장식하는 기법이죠. 신라의 금귀걸이가 가장 유명할 겁니다.
filigree 라고 선을 붙여서 세공하는 기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귀걸이.
솔직히 이거 하나만으로도 입장료 값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유리 상자에서 꺼내서 루페 들고 장갑 끼고 들어서 보게 해주면 십 만원에도 갑니다.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두 가지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1. 이거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들었을까?
저 가운데 U 자 모양의 부품 위에 있는 무늬가 그냥 무늬가 아닙니다.
정말 작은, 조그맣기 짝이 없는 금구슬들을 붙여서 만든 겁니다.
2. 난 이거 못 만든다.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막 궁금해지고
나는 저걸 만드려면 몇 십년이나 걸릴까 감탄하게 됩니다.
근데요...
이건 못 합니다.
못해요.
연습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죽었다 다시 태어나면 가능할지도?)
눈과 손의 감각, 불조절, 집중력, 숙련된 기술까지 이건 저 같은 사람이 감히 시도할 수도 없는 작품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이 눈이 또렷하고 손이 날랜 어린 시절부터 오랜 경험을 거쳐야만 나올 수 있는...그런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인장 반지.
마노를 파서 만든 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메멘토 모리 반지.
저는 이 반지가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저 창살 같은 사각형이 그냥 저렇게 튀어나와 있는 건가?
어떻게 안쪽에 접어넣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잖습니까.
반지 위에 덜렁 사각형 격자가 붙은 모양인 건데...디자인이 좀 이상하달까.
어디 부딪치거나 하면 휘거나 떨어져나가기 너무 좋은 모양입니다.
질 좋은 사파이어를 깎아서 만든 인장 반지.
고대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질 좋은 루비나 사파이어, 에메랄드에 저런 식으로 세공이 되어 있으면 좀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멋진 금 십자가 목걸이.
금을 아주 두툼하게 쓰고 그 위에 조각을 한 유물입니다.
금 반지인데 윗부분에 지붕처럼 맞닿는 면을 만들어서 세공을 한 겁니다.
이건 도안을 다르게 해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인장 반지. 피에타?
성모자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다시 사진을 보니 큰 사람쪽에 수염이 달린 것 같기도 하고...?
메멘토 모리 반지 두 번째.
이 반지 꽤 유명하죠. ㅋㅋㅋ
안쪽으로 겹쳐지는 부분을 위로 해서 전시한 겁니다.
한쪽에서는 산 사람, 반대쪽에는 해골이 들어 있습니다.
합치면 이렇게 되는 거죠.
아주 멋진 드래곤 브로치.
판타지 기준에 따르면 네 다리와 날개가 있는 6족 드래곤이 아닌,
앞다리가 날개인 드래곤이네요.
밑에 도롱뇽 같은 애가 잡혀 있습니다.
파충류 밑에 양서류인 건가...
이게 뭐를 조각한 거더라...아무튼 섬세한 카메오입니다.
카메오....저는 그리 큰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공포 영화 소품 같은 물건....
이제 저기에 눈동자가 나타나는 순간 저주 걸린...
섬세한 입체 장식을 이은 팔찌.
스톤을 붙잡는 방식이 베젤입니다.
요즘에는 금 합금이 발달해서 저렇게까지 보석을 감싸지 않아도
빠질 염려가 거의 없죠.
진주는 어떻게 고정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뒤에 반만 구멍을 뚫어서 꽂았던가...
아, 그러고보니 옆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거기로 난발을 집어넣어서 고정한 거 같았습니다.
다음은 십자가 시리즈입니다.
중세 물건이라서 금으로 스톤을 거의 덮다시피 세팅했더군요. 뒷면에는 에나멜로 장식했습니다.
앞에 화려하고 빽빽하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장식.
이게 그냥 목걸이가 아니라 가슴 장식이라고 했던가...?
역시 다이아몬드를 박고 뒤에 에나멜로 그림을 그린 십자가.
이제보니 십자가 위의 연결 부품에 눈이 그려져 있네요.
아무래도 유리 상자 안에 있는데다가 크기가 작아서 제대로 못 본 것 같습니다.
이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에메랄드로 장식한 십자가군요.
음. 녹색녹색한 게 예뻤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을 음각한...
조명 때문인지 처음에는 저기에 조각이 되어 있다는 걸 못 알아보고
보석 표면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이러고 있었습니다.
ㅠㅠ 왜 이런 훌륭한 에메랄드에다가 이러시는 건가요...
차라리 카메오나 에나멜 그림을 그리시지...
멋진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이런 걸 무슨 스타일이라고 부르더라...?
어쨌든 언젠가 한 번 꼭 만들어보고 싶은 디자인입니다.
실제로 만든다면 난집과 연결고리 만들기 지옥이 될 것 같네요.
진주와....
저 가운데 있는 저게 말이죠...제가 보기에는 그...진주라기 보다는 조개의 패각 자체를 다듬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진주는 조개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거고,
저건 조개의 껍질 자체니까.... 그러니까, 마더 오브 펄, 즉 자개인 겁니다.
아무튼 진주 양식이 시작된 건 1900년 대 초, 일본 미키모토가 시초이니
그 전에 만들어진 주얼리에 있는 진주는 다 천연입니다.
제가 이번 주얼리 전시를 보면서 놀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보관 상태입니다.
오팔이나 진주 모두 세월에 매우 취약한 보석입니다.
제작된지 수십년, 백여년이 넘어가면
오팔은 갈라지고 진주는 변색되지요.
그런데 이번에 전시된 오팔과 진주들은 정말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반클리프앤아펠이나 기타 브랜드들의 주얼리 전시에서도
오래되어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이 많았는데 말이죠.
처음에는 에메랄드 위에 붙인 건 줄 알고 놀랐는데
가까이에서 다시 보니 에나멜이었습니다.
공작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고
불교나 힌두교에서 보이는 등 뒤에서 펼쳐지는 광배 같기도 하네요.
루비 세공품들.
꽃반지, 꽃관이 모티브인 것 같은 작품입니다.
에메랄드 두 개를 붙여서 긴 이파리 표현을 했네요.
깎기 좋은 마노 놔두고 사파이어에 왜 이러십니까...
아...
하지만 에메랄드에 금....녹색과 금색의 조합은 항상 옳습니다.
특이하게도 사각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몰타 십자가 변형.
원형 다이아몬드나 모양에 따라 형태가 다른 보석을 세팅한 건 많이 봤는데
이렇게 사각형 다이아몬드를 떡떡 박아놓은 건 처음 봅니다. ㅎㅎ
밑에 받침이 되는 금판은 삼각화살인데
위에 형태가 어울리지 않는 사각형 보석을 세팅해놓으니 느낌이 독특했습니다.
앞서 제가 카메오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만...
이건 좀....평소에 보던 것과 차원이 다르더군요. 아니, 층이 다른가?
보통 시중에 나오는 카메오는 바닥과 위, 2개 층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많아봐야 3층?
근데 이건.... 바닥, 얼굴, 머리, 나뭇잎, 포도송이로 무려 5개의 층을 이용한 조각입니다.
입체적인 느낌이 굉장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이 비슷해서 층 구분은 의미가 없지만
거의 실체화하여 반쯤 튀어나와 있습니다.
평면의 초상화를 볼록하게 만든 것 같은 일반 카메오와는 다릅니다.
거의 실제 인물을 절반만 화면 아래에 묻어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음은 반지 구역입니다.
투비컨티뉴...
'전시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트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3편 (0) | 2025.03.05 |
---|---|
아트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2편 (0) | 2025.03.02 |
안녕 인사동: 엔틱 페어 (19) | 2024.10.05 |
코엑스 주얼리쇼 (1) | 2024.09.22 |
공예박물관: 장식 너머 발언 (6) | 2024.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