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사할 주얼러는 다니엘 브러쉬입니다.(어떻게 사람 이름이 붓...)

생몰연도는 1947년부터 2022년입니다.
최근까지 살아계셨군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나 1965년 피츠버그에서 카네기 공과 대학에 입학,
4년 후에 미술학 학사로 졸업했습니다.
...공과대학에 갔는데 미술학이 있어요?
미술이 언제부터 공학에 속했지?
1960년 대 미국 대학 이야기니까 그땐 뭔가 달랐나 봅니다.
아무튼 나중에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미술학 석사까지 땄습니다.

1967년에 결혼.
와, 딱 스무살에...
참고로 아내분은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자녀는 아들 하나로군요.

그 뒤에는 추상화가로 종신교수도 되고, 개인 전시회도 열다가
1977년에 종신 교수직을 버리고 뉴욕으로 이사, 플랫아이언 지역에 있는 한 건물의 꼭대기층을 샀습니다.
이 꼭대기층은 원래 의류 공장이었는데, 다니엘 브러쉬는 여기에서 금속공예를 하며 죽을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야말로 공방과 집의 일체형!
...괜찮을지도?
일하다가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면 바로 공구와 작업 책상이 눈앞에 있는 거죠.
좋은데?

관련 정보를 보니 작품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몇 번 했을 뿐,
예술계에서 활동을 하거나 업계 사람을 만나고 다니거나 그러지는 않고 오로지 작품만을 만드는,
거의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사신 것 같군요.
아침에 일어나면 몇 시간이고 공방을 빗질하고,
오후에는 완두콩 수프를 먹는 등
은둔하는 예술가들과 수도승들이 으레 그러하듯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작품도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판매했다고...
보통 예술가에게는 작품을 판매해주는 담당 "딜러"가 있는데, 다니엘 브러쉬에게는 수집가나 친구(반클리프앤아펠의 CEO 같은...!) 손님만 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예술가이지만, 작품이 너무나 독보적이었기에 스미소니언을 비롯한 유명한 박물관이나 수집가들은 다들 하나씩 다니엘 브러쉬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를 닮았는지 그 작품들이 대중 앞에 공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군요.
1998년에는 스미소니언 미술관 렌윅 갤러리측에서 다니엘 브러쉬의 작품 60여 점을 전시했습니다.
와, 이 팔찌는 진짜 대단하네요.
오마주로 저만의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다니엘 브러쉬의 최초의 영감은 에트루리아 그릇 유물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했는데,
박물관에 있던 이 유물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니엘 브러쉬의 인생에 두 번째 영감은 일본의 전통 가무극 "노"라고 합니다.
십대 초반에 어머니께 선물 받은 노 가면이 그 시작이라고 하는 군요.
일본 특유의...에...유겐?
한자로는 유현이지만 일본어로는 유겐(幽玄, Yūgen)은 '깊고 심오한 아름다움, 섬세한 우아함, 신비로운 분위기'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본 목판화가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파도"가 서양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영향을 끼친 것처럼,
다니엘 브러쉬도 일본의 노 가면을 보고 그 안에서 느낀 미학을 서양인인 자기식으로 추구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서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계를 벗어던지려고 애쓰는 거죠...
예술가란 자신의 태생과 한계를 초월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나봅니다.
재미있게 어이없는 점은 뉴욕에 일본의 노 공연단이 방문하여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다니엘 브러쉬는 실제 "노" 공연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말하기를, 14세기 일본의 "노"가 아니면 자신의 이상이 깨질 테니 공연 시작 직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작품 중에는 특히나 철과 순금을 사용한 게 유명합니다.
이건...딱히 용도가 있다기 보다는...굳이 따지자면 책상 장식 겸 문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분은 세공사라기 보다는 확고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용도를 논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아령이 아니라 확대한 커프스링크입니다.

이건 최초의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클라이트에 철과 금, 다이아몬드를 세공한...브로치였나?

이 작품의 이름은 Steel Pulse...철의 호흡
"철의 맥박"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철과 순금이 사용되었습니다.

이것도 베이클라이트를 사용한 작품입니다.
보석을 고정한 난발이 금인 것 같네요.
베이클라이트야 플라스틱이니 구멍 뚫기는 쉬울 것 같고,
보석 자리를 판 다음에 보석을 놓고
끝을 달궈 둥글게 만든 금 막대를 본드 살짝 바르고 쏙쏙 꽂아서 보석을 고정하면 완성!
음, 아마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르는 거죠.
/머쓱

순금박을 사용한...병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예술작품이니까 특정한 용도는 없을 겁니다.


작품명 "잠자리(Dragonfly)"

이 작품 이름이 "Palm Egg(손바닥 계란)"입니다.
호두 두 알을 손 안에서 굴리듯이,
수정을 손에 딱 맞는 크기로 깎아서 어혈에 좋다고 파는 것처럼,
이걸 손에 쥐고 굴리라고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근데 밑에는 철이고 위에는 보시다시피 순금입니다...
금의 기운 잔뜩 받겠네요...
순금이니 촉감이 끝내줄 것 같긴 합니다.

"다이아몬드 계란(Diamond Egg)"....
뭐랄까...
에일리언 같은 우주 생물의 알이 지구에 불시착했는데 금이 풍부한 원시부족이 발견해 신으로 모시며 장식해놓은 것 같습니다.

쪼개서 열면 이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역시 에일리언 알 같은...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일단 재질은 철과 순금이고...

아래에 벼루처럼 열리는 게 있는 걸로 봐서는
위의 작품도 비슷한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다니엘 브러쉬의 작품들...
다 철과 순금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심 미쳤는데...
하...
일단 보시죠.
이건 아프리카 나무에 순금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뭐...몸통은 그렇다고 치고...
사실 몸통도 저걸 다 수작업했을테니 굉장하지만
뚜껑이 진심 미쳤습니다.
저게 누금 기법(Granulation)으로 만든 겁니다.

조그만 금알갱이를 올려서 장식하는,
신라의 금귀걸이를 만드는 데 사용된 그 누금 기법입니다.
...먼 미래겠지만 저도 언젠가 저 누금 기법을 연습하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아마 지금 느끼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벽을 마주치게 될 것 같네요.
엄청난 반지...

역시 대단한 통...

이건 정말로....미쳤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전에 갔던 전시회에서 정말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솜씨를 봤습니다.
https://opalgirin.tistory.com/305
아트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1편
사우론의 탑롯데 타워 내 롯데 뮤지엄에서 작년부터 열렸던 아트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회를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타령만 하고 있었는데공방 준비 일정이 외부 요인으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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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토치가 없는 고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진심 인간 기술과 능력의 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대에 만들어진 다니엘 브러쉬의 이 작품은...
집착과 집중, 몰입의 끝이라고 해야 할지...
굉장합니다.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그런 구도적 자세와 정신이 있어야 창조할 수 있는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그래도 고대 유물보다는 인간적입니다.)
무한히 반복되며 교차하는 프랙탈이라든가, 만다라라든가, 뭔가 그런 종교적인 감성마저 느껴집니다.
게다가 하필 모양마저도 불교의 사리함이나 천주교의 성인 유골함 같이 생겼네요.

하...
좋은 걸 봤습니다.
훌륭한 예술가를 알게 되었고요.
다니엘 브러쉬를 인터뷰한 기사 중에 정말 공감가는 대목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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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also showed me delicate dreamcatchers of ruby and conch pearl, threaded along simple dark-blue strings that turned out, on closer inspection, to be strands of lapis lazuli. Many Native Americans, he told me, make objects intended both to bring on dreams and to banish them while under of the influence of hallucinogens, in order to engage directly with the spirit world.
‘Can a jewel do that?’ he asked. ‘I think a jewel has to go beyond engaging the fashion designer. For me, for me. Can a jewel take your breath away, in and of itself, so that it doesn’t even have to be worn? Can it be held in your hand so you dream? Can it become an intimate sculpture without a utilitarian function?’
<<해석>>
다니엘 브러쉬는 루비와 콩크 진주, 검푸른 구슬띠로 만들어진 섬세한 드림캐처를 보여주었다. 자세히 보니 검푸른 띠는 라피스 라줄리를 꿰어 만든 것이었다. 그가 말하길, 미국 원주민들은 영계에서 꿈을 불러내거나 내쫓기 위해서 드림캐처 같은 물건을 만들고 환각제와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보석도 그럴 수 있을까요? 전 보석에, 패션 디자이너가 보석을 쓰는 방식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텐 그렇습니다. 보석 그 자체로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운 나머지, 몸에 걸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할 수는 없을까요? 손에 쥐는 것만으로 꿈을 꿀 수는 없을까요? 실용적인 기능 없이도 영혼과 공명하는 조각품이 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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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팔을 알게 되고
며칠이고 온라인을 뒤져서
실제 블랙 오팔을 사서
국제배송으로 받아서
포장을 뜯고
손에 쥐고
빛에 비춰봤을 때
그 감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공을 배우게 된 것도
제가 장신구를 만들자고 결심한 계기도
'몸을 장식한다'는 것보다는
'오팔을 항상 몸 가까이 두고 보기 위한 수단'에 가깝습니다.
정말 공감이 가네요.
오늘 알아본 주얼러는 패션계나 영화계, 교육계가 아닌,
세공사로서는 오히려 소수에 가까운 '순수 예술계'였습니다.
저는 어떨까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참고 사이트
https://en.wikipedia.org/wiki/Daniel_Brush
Daniel Brush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merican jewelry artist (1947–2022) Daniel Brush (January 22, 1947 – November 26, 2022) was an American painter, sculptor and jeweler.[1][2] Daniel Brush was born in Cleveland, Ohio. He enrolled at the Carnegie Ins
en.wikipedia.org
About - Daniel Brush
About on Daniel Brush
www.danielbrush.com
Daniel Brush, American jewellery designer and polymath
Daniel Brush was a designer of genius: a self-taught goldsmith, jeweller, engraver and diamond-setter whose jewellery and objets d'art defy categorisation
www.christies.com
https://americanart.si.edu/blog/daniel-brush
Remembering the Talented and Enigmatic Artist Daniel Brush
A look at the extraordinary career of master metalsmith and painter Daniel Brush
americanart.si.edu
https://www.thegoldsmiths.co.uk/goldsmiths-stories/modern-masters-daniel-brush
Modern Masters: Daniel Brush — The Goldsmiths' Company
Following on from her first book Coveted: Art and Innovation in High Jewelry, Melanie Grant examines the evolution of jewellery as art with a new five-part series created during lockdown with some of jewellery’s modern masters.
www.thegoldsmiths.co.uk
https://galeriemagazine.com/daniel-brush-jewelry/
Daniel Brush Creates Dazzling Pieces of Wearable Art - Galerie Magazine
Often the line between jewelry and art gets blurred, but with Daniel Brush the line is absolutely clear. The highly collectible, immensely covetable pieces he creates reside solely in the realm of art as his new monograph, Daniel Brush: Jewels Sculpture (R
galerie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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