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아볼 주얼러는 루시엥 고트헤입니다.
(발음은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렸습니다.)
생몰연도는 1865년부터 1937년입니다.
스펠링을 보나, R 발음이 "ㅎ"으로 나는 걸 보나 역시 프랑스인이고요.
다만 오늘의 인물은 문제가 좀 있는데...이름이 여러 개라는 것입니다.
일단은 루시엥 고트헤 (Lucien Gautrait),
루이스 고트헤 (Louis Gautrait),
그리고 난데없이
레오폴드 알베르 마힌 고트헤 (Leopold Albert Marin Gautrait)
이렇게 여러 이름이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이름이 여러 개가 된 건지 알 수가 없는데...
일단 맨 마지막 이름이 제일 긴만큼 그쪽이 본명인 것 같고
나머지는 시대를 전해내려오면서 뭔가 착오가 있었거나...
루시엥 본인이 개명을 했거나 다른 이름을 즐겨썼거나 하여간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
아래는 어떤 프랑스 블로그에서 퍼온 것인데 루시엥 고트헤의 사진입니다.
원래 흑백 사진인데 블로거가 컬러를 입혔다고 합니다.

루시엥 고트헤는 당대의 유명한 보석상 앙리 베베르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역시 다른 파리 보석상인 메종 가리오(Gariod)와도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직원으로 소속되어 일했으면서도 루시엥 고트헤는 작품에 자신의 인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고트헤가 쓰던 서명(각인)

독립한 브랜드도 아니면서 자기 서명을 남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루시엥 고트헤가 얼마나 훌륭한 세공사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루시엥 고트헤의 주력 분야는 펜던트와 브로치이고, 가끔 팔찌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섬세한 디자인과 뛰어난 세공 실력으로 당대에 널리 이름을 떨친 세공사로서, 파베르제에 버금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주로 쓰는 모티브는 아르누보와 유겐트 스타일로 새와 곤충, 식물, 여성에 환상적인 요소를 뒤섞었습니다.
디자인 구성은 르네 랄리크보다는 간결했지만 에나멜 기술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루시엥 고트헤의 스케치들


백조 두 마리가 대칭으로 목을 구부리고 있는 아르누보 펜던트.
이거 컬러판을 찾을 수가 없네요...

역시 환상의 나라 아르누보 스타일에 이종족 모티브가 빠지면 섭하죠.
박쥐 여인일까요...

팔찌...저 탑 같은 게 그 프랑스에 있는...어디 광장에 있었던 거 같은데...

또 다른 여성 모티브...무하의 스파게티 헤어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시대 유행인 아르누보에 여성과 자연 모티브, 에나멜 채색, 삼각형 프레임 등이 합쳐지니까 역시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오팔이 사용된 펜던트.
좋네요. /흐뭇

이건 수금 악기가 섞인 디자인이네요.
여성은 특이하게 날개 모양 장식이 이마쪽에 달린 머리띠를 썼습니다.
백조왕자 동화 중에 저런 식의 일러스트가 있는 버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날개가 이마쪽에 달려 있는 티아라도 본적이 있는 것 같고...

이것도 유명합니다.
식물 가지가 둘러싸고 있는, 바람을 맞이하는 여성이 있는 풍경...
이제보니 밑에 뱀파이어 이빨 같은 하얀색 에나멜 프레임 장식을 해놨네요.


케이스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목걸이.
사실 하이엔드 장신구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전용 보관함들이 있습니다.
단지 장신구가 더 중요하다보니까 사진에 찍히는 일이 별로 없는 거죠.
하지만 이 케이스들도 보면 재밌는 게 있습니다.
이 케이스는 직립형이네요.

오, 이건 고사리군요.

에잇, 고화질 나와라!!
사실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고사리잎 디테일이 정말 좋습니다. 땅 속 고사리 뿌리도 멋지고요.
가운데에 거미줄도 좋고...정말 멋집니다.

이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장신구의 대량생산과 분업화는 이미 중세시대부터 시작되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필요한 노동 강도가 줄어들거나, 인력이 기계로 대체되거나, 아예 그 단계가 생략되는 식으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아르누보 시대는 당연히 장신구 생산의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루시엥 고트헤는 모델러, 우리말로는 "원형사"입니다.
"원형사"란 대량생산할 주얼리의 원본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금이야 3D 프린터가 있어서 프로그램으로 모델 데이터를 만들지만,
옛날에는 디자이너가 주얼리 디자인을 하고 도면을 만들면
"원형사"가 그 도면에 따라 정확히, 0.1mm의 오차 없이 주얼리의 "원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원본이 완성되면, 그 원본을 고무틀에 넣어서 대량으로 주조를 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이 과정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디자인이 아무리 난해하다 한들 정확하게, 유려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종로에서 원형사는 기본적으로 세공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분들이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나오기 전에도,
제조업으로 천시 받고,
저가는 중국 주얼리들의 대규모 유입으로 밀리고,
고가 주얼리의 경우에는 외국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주얼리 수요가 쏠리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원형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는 종로에도 몇 분 남지 않으셨다고 하더군요.
몇 년만 더 지나면 모든 주얼리의 '원본'은 다 컴퓨터와 3D 프린터에서 뽑아내는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루시엥 고트헤가 만든 팔찌.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뒷면에 저 볼록한 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지나친 두께 차이로 착용 시 불편함이 생길까봐 추가로 뒷판을 덧대고 나사 같은 걸로 고정한 걸까요?

또 다른 팔찌.

날개를 편 이시스 여신을 모티브로 한 벨 에포크 목걸이.
"아르누보"는 곡선과 자연을 주요 모티브로 삼는 예술 경향이고,
"벨 에포크"는 프랑스가 전반적으로 번영했던 시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아르누보 작품은 있을 수 있어도, 미국 벨 에포크 작품은 있을 수 없습니다.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에서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이건 당시에 유행했던 다기능 장신구입니다.
일단 펜던트 목걸이입니다.
고리가 세 개인 리본이 특이하네요.

착용샷은 이렇습니다. 생각 외로 작은 것 같기도 하고...
일반 목걸이보다는 매우 큰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뒤에 사슬 프레임을 떼어내고 브로치 프레임을 끼우면 짠, 브로치로 변신합니다.

각 프레임을 교체하는 전용 도구도 있네요.
보관 케이스도 당연히 전용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프레임에 코다마 같은 게 붙어 있네요...(지브리 원령공주에 나오는 숲의 정령...)
교체 가능한 프레임들을 고정하고 가장 크게 힘을 받는 구조물이 저 자리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루시엥 고트헤의 각인이 딱.

당연하겠지만 당대의 저명한 세공사였던 만큼,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도 고트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오팔이 사용된 공작.
아, 멋집니다. 멋져요.

사용된 오팔들도 아주 상급이군요. /흡족

이것말고도 아르누보 작품이 많은데
그것까지 다 올리면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아르누보 작품을 봐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참고 사이트
https://www.richardjeanjacques.com/2015/02/lucien-gautrait-ou-leopold-gautrait-ou.html
Lucien Gautrait, ou Leopold Gautrait , ou Lucien Gautheret, même homme?..... Qui est ce ciseleur-graveur?
Blog sur l'histoire de la Bijouterie Joaillerie et pierres précieuses
www.richardjeanjacques.com
https://www.alicekarleappraiserfineart.com/art-nouveau-pendant/
https://www.masterart.com/en/artworks/157/lucien-gautrait-an-art-nouveau-gold
Art Nouveau diamond, pearl and enamel pendant | Ref 25425
Art Nouveau diamond, pearl and enamel pendant/brooch by Gautrait. Set with seventeen round rose cut diamonds in open back grain settings with a combined weight of 0.17 carats, additionally set with six round old cut diamonds in open back rubover settings w
www.berganza.com
https://nasvete.com/french-jewelry-designer-lucien-gautrait/
ᐅ French jewelry designer Lucien Gautrait - Jewellery Kaleidoscope
French jewelry designer Lucien Gautrait, Parisian artist and jewelry designer Lucien Gautrait created pendants, brooches and bracelets
nasvete.com
https://www.vandaimages.com/preview.asp?image=2006BG8619
Pendant, by Lucien Gautrait. France, early 20th century | V&A Images
This is a V & A images licensable image titled 'Pendant, by Lucien Gautrait. France, early 20th century' by V & A Images All rights reserved. You may not copy, publish, or use this image except for sample layout ('comp') use only. You must license the imag
www.vandaimages.com
Lucien Gautrait Art Nouveau Platinum Diamond Pearl Pendant
Vintage Lucien Gautrait Art Nouveau pendant/brooch. A convertible piece with enamel, diamond, and natural pearl elements set in 18KT yellow gold and platinum.
jewelerscir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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